ISA, 고객들에게 관심無...애물단지 전략?
ISA, 고객들에게 관심無...애물단지 전략?
  • 박지용 기자
  • 승인 2016.09.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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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무리한 실적 경쟁…수익률 오류까지 겹쳐
▲ (사진출처: 뉴시스)

개인종합자산계좌(ISA)가 출시된 지 6개월 만에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 지난 3월 14일부터 시판된 ISA는 출시 보름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순조롭게출발을 했다. 한 계좌에 예금이나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관리하면서 비과세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국민의 재산형성에 도움이 될 ‘만능통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받았다. 그러나 기대만큼 체감 수익률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수익률 공시오류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그 인기는 시들어졌다. ISA가 종합 재테크 통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입대상과 세제혜택을 확대하는 등 별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ISA 출시한지 6개월 … 가입자수 갈수록 ‘뚝’

출시 반년을 맞은 개인종합자산계좌(ISA)는 한 계좌 내에 예·적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을 담아 연간 2천만원까지 5년간 최대 1억원을 투자할 수 있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 가운데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탁형 ISA는 3월, 일임형 ISA는 4월부터 판매했다. 하지만 출시 초기 떠들썩했던 분위기와 달리 소비자들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가입자수도 갈수록 떨어졌다.

지난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31일 기준 ISA 가입자는 238만5천137명, 가입금액은 총 2조6천22억원이다. ISA는 출시 첫 달인 3월 120만4천225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저금리 시대에 안정적 자산을 마련해주겠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후 신규 가입자는 4월 57만1천명, 5월 36만3천명, 6월 22만9천명으로 줄었고 7월에는 1만7천명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8월에도 신규 가입자는 1만4천명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9월 현재 ISA 가입자는 총 240만명, 가입금액은 2조8천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출시 보름 만에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했던 초반에 비하면 기세가 완전히 꺾인 모습이다. 첫해 11조 원 이상 몰릴 것이라는 기대를 크게 밑도는 실적이다.

ISA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는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의욕이 지나치게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ISA는 1인당 전 금융사에서 1개만 만들 수 있어 초창기 은행들 간의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했다. 이로 인해 금융사는 무리한 실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영업에 나섰다. 지난 4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ISA 미스터리쇼핑’ 보고서에 따르면 적지 않은 금융사들이 불완전한 판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 13곳 중 11곳이, 증권사 14곳 중 4곳이 ‘미흡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은행권은 출시 초기 가입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지인을 동원하는 등 편법에 가까운 영업을 벌인 것이다. 은행원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1만 원이라도 가입해 달라’며 무리한 실적 경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가입자를 부풀리기 위한 ‘깡통 계좌’도 양산됐다. 시중은행 관계자 이 모(38·남)씨는 “회사에서 목표좌수를 설정하고 마케팅을 실시했는데 조금 무리한 목표가 세워졌다”며 “목표 설정에 정부 입김이 들어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계좌잔고가 1만 원 이하인 ‘깡통계좌’의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며, 10만원 이하의 소액 계좌가 80%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무리한 성과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상황은 은행권보다 더욱 심각하다. 7월 말까지 은행 가입자 비율은 90.1%(215만1천명)이었는데 증권사 가입자는 9.7%(23만3천명)로 10%대를 넘지 못했다. 특히 7월 한 달만 놓고 보면 은행 가입자는 6월보다 2만7천여명 늘었는데 증권사 가입자는 오히려 1만여명 줄었다. 증권사 관계자 유 모(36·남)씨는 “영업점에 있어도 ISA에 관한 문의 자체가 많지 않은 편이다”라며 “홍보가 잘 안됐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서민들을 위한 금융상품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은행 가입자 비율은 90%이며 증권사 가입자는 약 10%로 알고 있다. 그런데 1인당 가입액은 증권사(312만원)가 은행(87만원)의 4배가량”이라며 “보다 큰 돈을 굴릴 수 있으며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금융상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 씨는 “투자자가 직접 투자 상품 선택과 운용을 결정하는 신탁형에 편중돼있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일임형으로 가입을 하게 된다면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며 “당연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 상품의 리스크까지 안고가면서 일임형 가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신탁형 ISA 가입자 비율은 89.8%에 달했다.

▲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지난 6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금융위 기자실에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점검 TF 제3차 회의 결과 및 ISA 가입관련 Q&A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 수익률 잘못 상당수, 소비자들 “ISA 해지하겠다”

수익률 정보에도 오류가 존재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일임형 ISA의 수익률을 점검한 결과 관련 정보가 상당수 잘못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6월 말 처음으로 발표된 ISA 일임형 모델포트폴리오(MP)의 3개월 수익률을 보면 초고위험 상품은 0.23~4.92%, 고위험은 0.1~5.1%로 최근 인기를 끄는 부동산 등 대체투자 상품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확한 정보가 아니었다. IBK기업은행의 MP 수익률이 실제보다 높게 공시된 사실이 드러난 뒤 당국이 벌인 일제 점검에서 MP 150개 중 47개의 수익률이 기준과 다르게 작성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개혁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직접 공시 오류를 사과했다. 또한 금융투자협회는 이번 공시 오류에 따른 대책으로 수익률을 점검하는 제3의 기관을 선정하기로 했다.

금융소비자들은 정기예금만도 못한 미미한 수익률도 기대에 못 미치고 상품도 마땅치 않다는 불만을 여기저기 쏟아내고 있다. 현재 은행권이 판매하는 일임형 상품의 출시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품은 11개로 전체(34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신한은행의 '일임형 ISA(고위험 A)'가 -1.46%로 가장 낮았고, 기업은행의 '고위험 플러스 모델포트폴리오'가 -1.07%였다.

직장인 박 모(34·여)씨는 “세제혜택을 위해 신탁형 계좌를 열었다가 생각보다 수익률이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아 3개월 만기가 끝나자마자 해지할 생각이다”라며 “다른 투자상품도 마땅치 않아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박 씨는 “3년 기간을 못 채워서 비과세혜택은 못 받지만 아쉬움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행업계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당국에 가입 제한 완화와 세제 혜택 금액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입조건이 완화되고 세제 혜택이 늘어난다면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7월 ”현재 ISA는 소득이 있는 사람과 농어민으로 가입자를 제한하고 있지만, 영국 ·일본 사례를 보면 가정주부, 학생 등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미래를 위한 저축수단으로서 가입의 길을 열어뒀다“며 ”금융위로서는 ISA가 확산할 수 있도록 가입 범위나 세제혜택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출시 이후 신규 가입자가 감소하는 것은 모든 금융상품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출시 이후 시간이 갈수록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운용을 잘해 수익률이 잘 나오면 가입자 증가의 유인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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