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며 곱게 쓰고 온전히 돌려줘야 옳은 삶이다
감사하며 곱게 쓰고 온전히 돌려줘야 옳은 삶이다
  • 최예화
  • 승인 2017.07.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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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독일댁 김미수, 다니엘 피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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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인간에게 베푼 모든 것은 처음과 마찬가지 상태로 돌려주는 것이 

생태순환의 삶이라고 말하는 김미수·다니엘 피셔 부부. 

제대로 된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이들의 독특한 삶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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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제일의 녹색도시 할레’에서 생태 순환의 삶을 사는 젊은 부부가 있다. 김미수 씨(37)와 그의 남편 다니엘 피셔 씨(35)가 그 주인공이다. 미수 씨는 2005년 남편을 따라 건너간 독일에서 12년째 생활하고 있다. 독일댁 미수 씨의 삶은 다소 특이하다. ‘생태 순환의 삶’.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는 ‘먹고 싸고 땅으로 되돌려 작물이 자라고 다시 먹을거리가 되는’ 것이 자연 순환법칙의 삶이라고 말한다.

독일댁 미수 씨 집에서는 매 끼니 텃밭에서 자란 채소와 과일로 만든 샐러드를 만날 수 있다. 유채씨 기름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한 물건이 있다. ‘테라프레타 퇴비 화장실’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인분을 활용하여 농사에 쓸 수 있는 퇴비로 만들기 위해 직접 제작한 변기도 있다.

부부는 ‘저 에너지 채식 부엌살림’, ‘가능한 걷고 자전거로 이동하기’, ‘재활용 옷과 전자제품 사용하기’ 등 생활 속에서 생태순환의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 ‘생태부엌(콤마)’을 출간한 미수 씨는 생태순환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의 철학과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책에 담아냈다. 그녀가 냉장고없이 10여 년을 살아가면서 터득한 그녀만의 음식 보관방법, 채식 레시피, 병조림 레시피 등 살림 노하우를 대방출했다. 다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생태순환의 삶을 선택했다는 독일댁 미수씨네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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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순환의 삶을 철저히 지키면서 자연과 하나되려고 노력하는 김미수·다니엘 피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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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에너지만 잡아먹는 덩치 큰 기계덩이

“처음 남편이 냉장고없이 살아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절대 안 된다고 펄쩍 뛰었어요. 냉장고없는 부엌이라니 당시엔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죠. 지금은 제게 냉장고란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만 잡아먹는 덩치 큰 기계덩이, 식품 과소비를 부추기는 존재’ 정도로 여겨집니다.”

과거엔 그녀도 여느 주부들처럼 냉장고를 부엌살림에서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중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0년 넘게 냉장고 없이 살아온 그녀는 이제 익숙해져서 인지 냉장고가 없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냉장고없이 살면 장을 보고 요리하는 과정이 계획적이고 신선한 재료로 요리할 수 있다.

“마트에서 특별할인을 하고 떨이판매를 하면 당장 먹을 것도 아닌데 혹해서 사게 되잖아요. 냉장고나 냉동고가 영원한 신선함을 보장해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구매했다가 가득 찬 냉장고를 비우기 위해 정리하다보면 오래되어 식재료를 버리게 되는 일이 많아요. 먹지 못하고 버리는 음식물과 처리비용을 생각하면 냉장고 사용이 경제적인 활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의 책 ‘생태부엌’에는 부엌생활 노하우들로 가득하다. 그녀의 냉장고를 대신하고 있는 것은 반 지하 저장고인 켈러이다. 독일의 집은 켈러(Keller)라고 불리는 지하 혹은 반지하의 저장 공간이 있다. 많은 독일 사람들은 이곳을 다용도실로 사용한다. 창고로 쓰거나 잡동사니를 보관하기도 하고 잼이나 피클 같은 병조림 식품과 감자, 양파 등을 저장해 둔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을 대체 냉장공간으로 적극 활용한다. 켈러와 함께 그녀는 염장, 건조, 병조림의 방식도 함께 이용한다.

“켈러에 가을걷이 채소와 과일들은 마트에서 얻어온 납작한 나무 상자에 한 층으로 담아 보관하고 뿌리채소류는 흙을 담은 양동이에 넣어 보관합니다.”

예전에는 식품저장에 공을 많이 들여 주키니 애호박 같은 제철 채소들도 수확철에 사다 말려두고 보관하고, 파슬리같은 뿌리채소도 작게 잘라 말려 두고 수프 끓이는데도 사용했는데, 요즘엔 한겨울에 차와 양념으로 쓸 허브, 가을걷이 콩과 옥수수 알 정도만 말리고 있다. 허브 효소도 만들어 다양하게 요리에 활용하기도 한다.

할레로 이사 온 후로는 텃밭이 있어 생태적으로 먹고 살기가 꽤 수월해졌다. 텃밭은 테라프레타 퇴비 화장실로부터 얻은 퇴비로 거름을 주고, 농작물이 자라고 있는 땅은 비닐이 아닌 주변에서 자라는 야생초를 베어다 덮는다. 토양속의 미생물과 지렁이 등 토양생물들의 활발한 활동을 돕기 위해서다. 부부는 작물을 어떻게 잘 길러야 하는지 보다 토양이 얼마나 건강하게 살아있느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부의 텃밭에는 늦봄부터 가을까지 온갖 작물과 다년생 허브, 야생초까지 먹을거리가 넘쳐 난다.

“주키니 호박 여린 것은 바로바로 따 먹고, 껍질이 단단해지기 시작하면 완전히 익을 때까지 뒀다가 켈러에 두고 이듬해 봄까지 먹습니다. 깍지째 먹는 콩, 토마토, 체리, 멜론 같은 작물은 병조림 해두고 새로 날 때까지 두고두고 먹죠.”

그녀는 매 끼니 메뉴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텃밭에서 정해줘요. 텃밭에 나가 잘 익은 채소나 과일을 보고 그날 메뉴를 정하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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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우선주의자, 니어링 부부를 만나다

그녀는 학창시절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전공이던 중국어를 변경하여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그녀가 상상하던 대학 생활이 아니었다. 미술활동을 하면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재료가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석고 덩어리와 플라스틱 조각상 등 쓰레기를 양산해내는 것만 같았어요. 학기 말이면 미대 공터 쓰레기장에 쌓이는 잡다한 물품들을 볼 때면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건지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도 더 커졌죠.”

고민을 하던 그녀는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란 책을 읽게 된다. 책을 통해 만난 니어링 부부는 그녀의 롤모델이 되었다.

“친구이자 스승과 같은 영혼의 동반자를 만난 것이 부러웠고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급자족 하며 스스로의 삶을 함께 책임져 꾸려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어요.”

그녀는 대학시절 독일 생태센터라는 연합단체에서 주최한 국제 워크캠프에 참가했다. 지금의 남편 다니엘은 생태센터 구성 단체 중 하나였던 퍼머컬처 숲 텃밭프로젝트에서 인턴십 중이었다. 이들 부부의 첫 만남이 시작됐다.

“첫 만남부터 다니엘을 감히 스코트 니어링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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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일에 욕심을 부리지 말자

생태적 살기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그녀는 지금의 생활이 너무 행복한지 크게 고생한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단지 지금도 가끔 실수하는 부분은 “욕심을 부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

“김치를 담그는데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면 모든 작물이며 야생초들이 활짝 피어올라 울창하게 자라기 시작해요. 버리기 아깝다는 이유로 이미 가득 찬 김치통 안에 매일매일 새로 올라오는 무청과 야생초 잎을 자꾸 추가해 넣은 적이 있어요. 그러다보니 염도가 떨어져 온화해진 기온과 맞물려 골마지가 쉽게 끼여 김치를 빨리 먹어치우느라 고생했어요. 내가 먹지 않아도 퇴비에 쓰거나 자연멀칭하면 다시 미생물 먹이로도 쓰일 수 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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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겨울 샐러드 수확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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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의지만으로도 가능한 생태순환의 삶

개인의 건강을 위해 관심의 범위를 넓혀 주변 환경을 생각하고, 이를 위해서 생태적 살기에 관심을 갖는다면 그리고 그렇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많은 것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한때 아파트 베란다나 건물 옥상 등을 이용한 도시 농업이 유행했다.

“어느 정도 제약은 따르겠지만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것이 지역이나 생활여건이 가능해서만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크게 모든 것을 당장 바꾸려하기 보다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생태적으로 사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실천해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녀가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생태적 삶을 실천 하는 방법 몇 가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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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전제품 고를 때 새것보다 중고를 추천한다.

2. ‌헤어 드라이기나 핸드폰 충전기는 사용 후 전기 플러그 뽑자.

3. ‌채소 세척시 흐르는 물 보다는 볼에 물을 받아 흔들어 씻자.

4. ‌냄비밥을 해 뜨거울 때 유리병에 담아 밀봉해 두면 한여름에도 2~3일 무리없이 먹을 수 있다.

5. ‌키친타올, 위생팩 및 알루미늄 호일 등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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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사소하지만 조금만 신경 써도 생태순환의 삶을 실천할 수 있다. 거창하지 않지만 주변에서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는 그녀의 조언을 참고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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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인 농경을 실천하는 독일댁 미수씨네 텃밭을 방문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편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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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재생에너지 회사에서 중고로 싸게 구입한 햇빛 발전판을 수리중인 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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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싶어서 선택한 생태적인 삶

“우리 부부가 생태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지구 환경을 위한다는 거창한 신념 때문만은 아니에요. 다 함께 좀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한 선택이었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부부의 주된 일상은 텃밭을 일구고 먹을거리를 수확해서 건강하고 맛있는 채식밥상을 준비하고 화장실 배출물과 부엌 식재료 찌꺼기 등을 모아 퇴비를 만들어 다시 텃밭으로 되돌려 주는 삶을 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한도 내에서 생태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저희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우리 서로가 만나 함께 성장해 온 모든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합니다. 지금껏 꾸려 온 농경 프로젝트와 텃밭은 우리 부부에게 다양한 면에서 보람을 느끼게 하는 자식같은 존재입니다. 저희 부부의 소망은 자연과 더 가까운 곳으로 돌아가 땅에 좀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사는 것입니다.”

조금 더 자연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부부는 그들의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자연멀칭 등을 이용한 생태적인 농경, 토양 이용에 관한 강연을 다니고 한국의 대중매체를 통해서 생태순환의 삶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my-ecolife.net’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수씨는 생활의 여러 부분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

글_최예화 기자, 사진출처_생태부엌 김미수 my-eco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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