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린대로 거둔다는 이치가 사과농사에도 예외가 아님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이치가 사과농사에도 예외가 아님니다
  • 안종운 객원기자
  • 승인 2021.03.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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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농업인의 표상 주신복 여사

자신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건 사과를 세상에 선보이고 있는 주신복 씨. 

원칙을 지키는 농사가 결국은 명품 사과를 키워내는 비결이 되었다.고집스레 한길을 지켜내는 ‘사과부자’의 성공담을 들어봤다.

새재를 넘어 산들바람을 타고 내려서면 문경읍이다.
읍내를 왼쪽으로 휘감아 돌아 실개천을 타고 주흘산을 품에 안을 듯 바라다 보면서 신나게 들길을 달린다. 길가에 늘어 선 벚꽃나무 단풍이 취재차 가는 사람의 발길을 붙잡아 세우려고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약속시간을 지키려고 손길을 뿌리치고 다시 산골짜기 구불구불한 길을 계속 달려 주흘산을 옆으로 타고내린 황장산 중턱에 자리잡은 널찍한 사과밭에 이르렀다.
주신복 황경수 부부가 일군 사과농장이다. 이곳 산자락 널찍한 터에서 ‘하늘이 내려주신 복(福)을 따 담아 널리 인간세계에 베푸는 사람이 있으니 바로 그가 ‘주신 福’ 씨라고 한다.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 해발 450m 황장산 턱밑 50,000㎡에서 주여사는 부군 황경수 씨와 함께 친환경의 농법으로 맛과 향이 뛰어난 품질 좋은 남다른 사과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 사과농장이 하늘과 맞닿을 듯 높게 솟아오른 산골에 자리잡고 있어서 과수에 적합하게 온도의 일교차가 심할 뿐 만아니라 주변환경도 수려하고 청정하다. 주 씨의 사과가 당도가 매우 높고 특별한 아삭함과 독특한 향이 다른 어느 지역 사과보다 뛰어난 것이 특징인 게, 힘차게 뻗어내린 백두대간의 향과 기를 품어낸 사과이기 때문일까?
“명품 사과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한발 앞서서 발 빠르게 키 낮은 사과밭을 조성해서 생산성을 크게 높이는데 전력 투구하였습니다. 이때는 밤잠을 못자고 정신없이 뛰어다녔습니다. 그렇다고 생산성 높이는 일만 한 게 아닙니다. 농사는 뭐니뭐니해도 자기 만의 고유한 특색을 가진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특히 사과는 맛과 향, 그리고 씹히는 그 느낌에서 남달라야 살아남는 어려운 품목입니다. 품질 좋은 사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꼭 어린 자식을 돌보듯 어느 것 하나 하나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사과밭이 이렇게 자연환경 좋은 곳에 있어서 사과 맛도 좋은 것 아니냐는 나의 말이 심히 못마땅한 양 곧바로 치고들어 온다.

“우리 사과 농사는 여느 농장과는 달리 우리 만의 농사법을 개발해서 맛도 좋고 향도 남다른 사과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냥 쉽게 자연에 순응해서 저절로 되는 게 아닙니다. 우선 지력(地力), 땅심을 높이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볏짚과 톱밥을 발효시켜 만든 유기질 비료를 충분하게 사용하고, 사과나무 밑에 클로버 등 풀을 심어 나중에 퇴비를 만들어 다시 거름으로 쓰는 순환농법으로 토양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남들이 힘들어 하는 농사법을 우
리는 과감하게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화학비료를 90%이상 줄일 수 있거든요. 땅심이 좋아지면 힘좋고 튼튼한 땅심에서 누구도 낼 수 없는 맛있는 사과를 만들어 냅니다.”
당차게 쏟아낸 그녀가 일구어 낸 그녀 만의 농사법이다.

‘농사꾼’ 그리고 ‘여성’.....
이 둘은 어쩌면 그녀에게 두 가지 굴레였을지도 모른다. 22살 꽃다운 나이에 읍내에서 주흘산 중턱 산골짜기로 시집간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지독한 가난이 었단다. 게다가 8남매 중 장남인 남편 황경수 씨, 그리고 자신이 모시고 돌봐드려야 하는 홀 시아버지와 7명의 시누이와 시동생이 더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철없던 어린 시
절에 눈앞이 캄캄했을 법하다. 그래도 그녀는 역시 여장부였었나 보다. 남편이 하던 고
추와 담배농사를 돕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결심을 하고 36년 전 시집간 이듬해인
1981년 아들을 낳은지 8개월째에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후 그녀의 억척과 과학을 하는 지혜가 5,000여㎡의 사과밭을 20년 후에는 10배가 커진 5만 여㎡의 굴지의 과수원으로 만들어 냈다. 주신복 여사가 여성 농업인으로 성장하기까지는 남편 황경수씨의 역할이 크다. 황 씨는 8남매의맏이로 태어나 째지게 가난한 삶이 너무나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에 주변에 떠도는 ‘부자나무’라는 사과나무를 심었다.
“제주도의 감귤나무처럼 이곳에서는 사과나무를 심으면 자식들 학교도 보낼 수 있고, 부자로 잘 살 수 있다고 해서 심기 시작했었죠. 심어만 놓으면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그래서 커서 사과가 열려 돈이 벌릴때까지 중동에 노무자로 일하러 갔습니다.
사과나무를 심어만 놓고 해외로 일하러 나가버리니 누가 그것을 키웁니까? 하는 수 없이 아내가 혼자서 사과나무를 키우고 가꿀 수 밖에 없었지요. ‘주신 福’ 사과가 탄생하
게 된 연유입니다.” 당찬 여성 농사꾼인 주신복 씨가 탄생하
게 된 연유가 이렇게 단순하고 순탄한 과정에서 비롯됐다고 한다면 큰 오산이다.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이면서도 새롭게 도전하는 지혜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주여사는 1990년대에 들어서 그냥 일반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선 안 되겠다 싶어서 무당벌레를 방사하는 등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사과나무가 자라는데 큰 피해를 주는 진딧물을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쓰는게 아니라 진딧물을 잡아먹는 무당벌레를 풀어놓는 방법이다. 손쉽게 해충을 잡아 없애는 방법보다는 좀 더디고 느리지만 사람 몸에 해로운 살충제를 쓰지 않고 해충을 잡을 수 있는 농법으로 소비자들의 건강을 지켜내는데 더 신경을 쓰자는 그녀 만
의 깊은 철학의 실천이다.
주신복 사과가 유명해진 또 하나의 이유는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영농기법에 있다. 같은 땅에서 생산되는 작물들의 엽순과 솎아낸 사과를 저온에서 열분해해서 수액을 채취한 후, 숙성 발효하여 다시 사과나무에 뿌려 되돌려 주는 ‘환원순환농법’이다. 과학영농의 선구자답게 혼자서 경험과 억척으로 일궈낸 과학영농의 금자탑이다. 남들이 다 버리는 엽순과 솎아내기 과일 알맹이를 활용하여 최선의 친환경 예방농법을 개발한 것이다. 작물의 엽순을 자른 후 버리지 않고, 솎아 따낸 과일과 함께 저온 열분해 탄화 처리하여 채취한 ‘환원수’와 수액을 채취한 후 남은 탄화물이 만들어 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환원수는 구연산 사과산 등 유기산으로 구성되어 있어 이를 다시 사과나무에 엽면살포하거나 토양관주를 통해 되돌려 줌으로써 충분한 영양공급과 질병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때 만들어진 탄화물도 토양개량제로 활용할 수 있고, 가축의 단미사료로도 응용할 수 있어서 이 농법은 1석3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가 ‘주신 福’ 사과를 명품 사과로 만든 비결이다.
“푸른 잔디밭 위에 사과꽃이 피면 얼마나 예쁜데요? 보는 이들에게도 좋고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과수원을만들고 싶었답니다. 견학 온 사람들도 다들 예쁘다고 한 마디씩 해요. 다른 과수원에 가면 신발에 흙이 잔뜩 묻어서 나오는데 우리 과수원에서는 흙 묻었던 신발도 깨끗해져서 나온답니다.”
명품사과 탄생을 위한 또 하나의 비법을 설명하면서 연신 싱글벙글이다. 그만큼 신나는 일이요 비결인 모양이다.
주 씨의 사과나무 밑에는 녹색의 푸른 초원이 만들어져 있다. 다른 과수원에는 제초제를 사용하여 잡초를 죽여 흙이 드러나 보이고 있는 것이 상례이다. 이곳 주 씨의 사과농장에는 새파란 클로버와 이탈리안 라이 그라스가 흐드러지게 자라나 드넓은 초원을 연상시킨다. 주 씨는 이들 풀이 일정 크기로 자라면 이들을 잘라서 사과나무 밑둥에 퇴비가 되도록 쌓아 둔다. 질소제를 먹고 자란 풀들이 유기성 비료가 되기 때문에 저농약 처방 만으로 싱싱하고 건강한 품질의
사과를 생산할 수 있다. 그녀가 힘들어도 고집스레 지켜온 또 하나 그녀 만의 친환경 농사법이다.
“다른 과수원에서는 한 번이나 두 번 정도만 사과를 솎아내지만 우리는 여섯 번이나 솎아내요. 그래서 사과 크기와품질이 거의 똑같아요. 세월이 흐르면서 가난을 면하고 나니까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좋은 농산물, 더 아름다운 과수원을 만들려고 애를 많이 썼죠.” 사과를 단순한 먹거리 농산물이 아니라 가꾸고 키워낸 생산자의 혼이 담긴 작품이요 명품으로 인정받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의미있는 결연함이 깃들어 있음을 느낀다.
주신복 여사는 농사만 열심히 짓는 게 아니다. 사회적 활동도, 깨닫고 얻는 것들을 전파하는데도 남다른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열성과 창의적인 농법의 개발과 실천력을 인정받아 농림부가 주관한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한국여성농업인 경북도연합회 초대사무처장과 중앙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지도자로서의 자질도 탁월함을 과시하기도 하였다.
금년 가을에는 18kg 한 박스 기준, 10,000상자를 출하해서 4~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귀띔을 해준다. 2014년 5억2천만 원의 매출에 이어 꽤나 좋은 실적을 올린 한 해가 된 모양이다.
매출이 올라 좋기도 하지만 요즈음은 사과농사 교육시키는 일도 무척 재미있는 일이라고 자랑이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현장실습교육장’으로 지정받았다. 장수 포천 제천 등 사과 생산지 농민들이 견학을 와서 서로 토론도 하고 정보도 교환할 뿐만 아니라 귀농 귀촌을 준비하는 예비 농업인들을 위한 현장 농사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면서 뿌듯
해 한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불신이 있던데 어떻게 여기서 생산된 사과가 비료도 덜 주고 농약도 덜 썼다는 보장을 할 수 있는가? 나도 잘 믿기지 않을 때가 많던데…….
“우리는 토종벌을 키워서 사과밭에 날려 보내고 있습니다. 토종벌들은 농약을 뿌린 곳에서는 살 수가 없거든요. 우리 과수원에는 농약을 뿌리지 않아서 벌들이 자유롭게 날아 다녀요. 봄 사과꽃이 필 때 오시면 장관입니다. 토종벌을 풀어놓고 나니까 친환경 재배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서도 좋지만 꿀을 생산할 수 있어서도 좋습니다. 1석2조죠.”


평생을 사과농사로 살아 온 주신복 여사......
“이제 남 부럽지 않게 사과 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애써온 결과이겠지요. 그러나 제게는 그 보다 더 소중한 부자가 되었습니다. ‘마음의 부자’가 된 것입니다. 농사는 노력한 만큼 되돌아 오더라구요. 또 농사는 지으면 지을수록 실망을 주지는 않더라구요. 농사에서 터득한 생활의 믿음을 가지고 여유있게 살아갈 것입니다.”
문경 새재 넘어 황장산 산자락에 울려퍼지는 한 농사꾼의 인생철학의 울림을 뒤로 하면서 능금밭을 떠난다.
“내 손으로 심지 않으면 거둘게 하나도 없습디다. 봄 되면 또 열심히 심을랍니다……!”
글·사진_長村 안종운 전 농림수산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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