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미치도록 알고 싶은 아들의 마음, 아들 맘(母)보다 아들 맘(心)을 더 잘 아는 남자
엄마가 미치도록 알고 싶은 아들의 마음, 아들 맘(母)보다 아들 맘(心)을 더 잘 아는 남자
  • 승인 2018.04.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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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최민준 대표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탄다는데, 아들 낳은 엄마는 비행기는커녕 왜 속만 타는 것일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함을 질러야 하고 등짝이라도 한 대 때리고 싶은 것을 꾹꾹 눌러 참는다. 이런 고민을 하는 엄마들에게 최민준 대표가 전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아들을 바꾸려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세요. 인정하고 수용할 때 아이는 스스로 변화하게 됩니다.”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최민준 대표

 

세상에는 수많은 화성인과 금성인이 살아간다. 남과 여. 염색체부터가 다른 두 존재는 외형은 물론 기질이나 성향도 각기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의 차이는 부모자식 간에도 예외는 아니다. 부모에겐 자녀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성(性)을 이해하고 양육하기 위한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아들을 가진 엄마라면 때로는 남편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아들이란 존재와 싸우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이기 때문에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남자사람, 아들. ‘도대체 왜 저럴까?’ ‘뭐가 잘못된 것일까?’ ‘다른 집 아들도 다 저럴까?’라는 물음을 하루에도 몇 번씩 되묻는 엄마들.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 최민준 대표는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들만이 가진 성향과 욕구를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을 강조한다. 딸로 태어난 엄마는 죽어도 모르는 아들만의 특성 말이다. 

엄마보다 아들을 더 잘 아는 남아미술전문가
그 역시 남자이자 아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남아들의 심리와 성향을 잘 알고 있다. 10년 가까이 미술 교육현장에서 봐온 수많은 아들 덕분에 엄마보다 더 아들 전문가가 되었다. 실제 그는 남자아이들만 가르치는 대한민국 1호 남아미술전문가이다. 교육 대상을 남아로 제한한 것도 특이하지만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에는 선생님도 모두 남자라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사회 초년생 시절, 방문 미술업체에 취직하려고 했지만 방문 교육의 특성상 남자 선생님을 달가워하지 않았어요. 결국 남자라는 이유로 거절당한 것이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남자 아이들은 오히려 남자 선생님을 더 잘 따르고 서로 통하는 게 많아 수업 분위기도 훨씬 활동적으로 이끌 수 있어요. 남자라서 불리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남자라서 더 유리한 부분을 발견하게 된 것이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남아들의 행동과 말을 관찰하고 미술심리치료를 공부하며 남아들의 심리와 특성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11년,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가 일산에 처음 문을 열게 되었다.  
     
남아의 특성 이해하고 인정하는 미술 교육 필요
요즘 세상에 굳이 남아와 여아를 따로 교육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해 그의 생각은 확고하다. 이것은 차이를 인정하는 것. 남아들도 자신이 가진 분명하고 특별한 차이점을 인정받고 그에 맞는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미술교육에서 남아는 여아에 비해 집중도가 떨어지고 색감이나 표현력이 뒤지는 경우가 많아요. 여아는 주제에 맞게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색으로 표현해 선생님께 칭찬을 많이 받지요. 반면, 남아는 밑그림만 덩그러니 그리거나 온갖 색을 다 섞어서 정체불명의 색을 만들어 선생님을 당황하게 만들죠. 바로 컬러 감각이 약한 남아들의 특성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남아들이 선천적으로 색채 감각에 약한 망막을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색감을 접한 아이가 색 표현에 있어 훨씬 더 유리하겠지만 남아 미술교육에서는 흑백에 민감한 남아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단색으로 그린 그림도 인정해주는 단계가 꼭 필요합니다.”

 

정해진 커리큘럼 안에서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진행되는 수업은 탐구욕과 성취욕,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남아들에겐 그야말로 가시 방석이나 마찬가지다. 최 대표가 남아 교육에서 중요시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억지로 끌려가는 수업이 아닌 아이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자신이 선택해서 주도적으로 창조해내는 것. 즉 수업의 주도권을 아이가 가지고 선생님은 옆에서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찾는 게 우선이다. 남아들은 보통 로봇이나 자동차, 비행기, 오토바이, 공룡, 괴물 등을 좋아한다. 다소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 때문이니 지극히 정상적이다.

이곳에서는 사용하는 재료도 의외의 것들이 많다. 여느 미술학원에서는 보기 힘든 칼이나 망치, 톱, 드라이버, 글루건 등등. 그동안 위험해서 손도 못 댔던 도구들도 안전교육 후 아이의 근육 발달에 맞춰 사용하면 연필과 종이, 붓으로 표현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남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가 생기면 그 한 가지에 몰두하는 성향이 강하죠.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집중을 하게 됩니다. 산만하고 집중력이 없다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업에 흥미를 못 느끼니 몸이 뒤틀리고 엉덩이가 들썩거려 마치 산만한 아이처럼 보인 것뿐입니다. 남아들에게 중요한 것은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이나 화려한 작품보다는 좋아하는 한 가지를 찾고, 그것에 몰입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엄마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발달 자체가 느린 남아, 다그치기보다는 기다려줘야
대부분의 아들 키우는 엄마들이 답답해하고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가 느리다는 점이다. 말이 느리고 행동도 느리고, 엄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속이 터질 때가 많다. 최 대표 역시 그런 아이였단다. 느리고 산만하고 말 귀를 못 알아들어 엄마 속 좀 썩였다고. 게임에 빠지기도 했고, 집 밖의 세상으로 일탈을 꿈꾸기도 했다. 물론 어머니와의 마찰도 있었다. 게임 좋아하고 친구 좋아하고 때로는 엄마에게 반항도 하며 여느 남학생과 다를 바 없는 시절을 보냈기에 지금 그런 남아들의 마음을 백번도 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여아에 비해 남아들의 언어 발달은 1.5살 정도 느립니다. 뇌 발달 자체가 느리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느긋하게 기다려줘야 합니다. 다그치고 강요한다면 아이들은 욕구를 잃게 되죠. 남아에게도 분명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부모의 초조하고 다급한 마음 때문에 그 욕구마저 사라지게 됩니다.”

때로는 잘못된 칭찬이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과도한 칭찬은 아이에게 칭찬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무언가를 했을 때 당연히 칭찬이 뒤따라오는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정작 칭찬 받아 마땅한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최 대표는 결과물이 아닌 과정에 대한 칭찬이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완성된 결과물에만 칭찬을 하게 되면 칭찬을 받지 못할까봐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해내려고 노력한 그 마음에 대해서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것, 그게 남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칭찬입니다.”

 

선생님은 아이의 표현 욕구와 장점을 이끌어내는 조력자
남아미술연구소라는 특성상 남아들의 성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에 맞게 교육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학교 평가나 숙제를 도와주기 위한 수업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도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 표현하고 싶은 것, 고민하고 생각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1시간 30분의 수업 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오늘 완성하지 못했다면 다음 시간이 또 있다. 만날 똑같은 것만 만든다고 나무랄 사람이 없다. 다만 아이들이 하나에 완전히 몰두해 끝까지 해내려는 의지만 보인다면 선생님은 그 반복의 과정을 인정하고 지켜봐준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 한 번에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동이든 악기든 여러 번 계속 반복해야 비로소 익숙해지듯, 아이들 역시 그 한 가지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반복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작품이 완성된 후에도 선생님의 평가를 받지 않는다. 아이가 만들고 싶은 주제와 재료를 직접 정하고 본인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표현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이미 훌륭한 작품이다.
“아이가 주도하는 수업이 이루어지려면 선생님의 수업 계획을 숨겨야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우실지 모르겠지만 교육자의 의도를 최대한 숨기고 아이가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 아이가 좋아하고 자신이 가진 장점을 끄집어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선생님의 역할이죠.”

남아미술전문가 자격증 취득해야 교육 자격 주어져
다소 난해한 교육방침에 엄마들과 마찰을 빚을 때도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그림 실력을 늘리고 학교에서 상장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이곳을 택한 부모라면 분명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을 것이다. 아이의 성향과 몰입도에 맞게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때로는 실력이 제자리에 멈춘 듯하고, 엄마가 보기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만 만드는 모습에 조바심이 났을 터. 하지만 이런 학부모의 반응에도 교육방침은 늘 한결같다.
“아이의 성향과 관심을 배제한 수업은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습니다. 그리기를 빨리 잘하는 것보다 느리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조금 천천히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해주면 아이가 스스로 표현하고 변화하게 됩니다. 억지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가가는 선생님과 수용하고 인정하는 선생님의 영향력은 큰 차이가 있지요.”

최 대표가 자부하는 자라다 만의 가장 큰 차별화는 선생님 교육에 있다. 화려하고 멋지게 꾸며놓은 인테리어 대신 자라다의 얼굴은 바로 선생님이다. 하지만 그 선발 과정이 꽤 까다롭다. 1차 선발에 통과하더라도 4주 동안의 남아미술교육전문가 교육과 참관 수업을 이수해야 한다. 이수 후에도 필기시험과 성향 파악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론적인 지식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을 잘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자의 특성 파악도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통과해야 마지막 관문을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마지막 과정은 ‘졸업강의’다. 선생님이 아이 한 명을 연구하고 기록해서 발표하는 자리다. “졸업강의를 통과해야만 정식으로 수업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만약 통과하지 못하면 다시 응시해야 하고, 물론 수업 기회도 없습니다. 졸업강의에 통과한 선생님에게는 남아미술연구소에서 발급하는 ‘남아미술교육전문가 자격증’이 주어집니다. 선생님들 앞치마를 보면 항상 이 자격증이 부착돼 있습니다. 이 자격증은 남아미술연구소에서 인정한 선생님임을 증명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역시 매년 교육을 받고 갱신해야 하므로 선생님도 아이들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해아 합니다.”

아이를 인정하는 엄마가 아이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
현재 자라다 남아미술연구소는 전국에 30개가 넘는 지점이 있다. 초기에는 교육방침이나 수업방식에 있어 불만을 토로하는 학부모들도 있었지만 학습과 훈육이 아닌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교육한 결과 아이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해나간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더 잘 알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전국 곳곳에서 자라다 미술연구소를 찾으려는 문의가 많다. 물론 남아미술전문가인 그에게 남아양육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강의를 신청하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최 대표는 그동안 자라다를 거쳐 간 아이들을 통해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계속해서 많은 학부모들과 나누려고 한다. 2016년에는 <아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은 엄마들에게>라는 책을 발간, 아들 가진 엄마가 겪는 고민을 공유하고 남아의 심리와 특성, 그에 대한 에피소드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아들 교육의 노하우를 담아 공감을 사기도 했다. 앞으로는 온라인 부모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을 통해 엄마들이 놓치기 쉬운 아들의 특성을 이해한다면 ‘왜 저럴까?’가 아닌 ‘저럴 수도 있구나’라고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될 것이다.
“아이를 자꾸 가르치려 하고 결과물만 보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가 가르침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잊을 때 비로소 아이 스스로 새로운 것을 끄집어내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볼품없어 보이더라도 핀잔을 주거나 나무라지 말고, 몰입한 그 시간을 칭찬하고 응원해주세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남아들에겐 엄마의 인정과 칭찬이 아이를 변화시키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아이의 장점을 먼저 봐주고, 아이에게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 부모의 의도가 아닌 아이가 자신을 만들어나가도록 인정하고 도와주는 엄마. 그동안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던 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언젠가 아들 엄마들이 웃으며 이렇게 외치는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 
“우리 아들이 달라졌어요!!”                          

           

글_원현숙, 사진_박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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