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환의 꽃 ‘진달래’
애환의 꽃 ‘진달래’
  • 김문기
  • 승인 2019.03.10 18: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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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고양이의 낮잠처럼 왔다.

남한산성 자락이 보이는 창가 식탁에 앉아 책을 읽다가 따스해진 햇살의 포근함에 빠져, 잠깐 즐겼던 오수의 달콤함이 한층 더 높아진 새들의 노래 소리에 깨어지는 순간, 창밖을 내다보며 크게 기지개를 켜고 나도 모르게 입가에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하는 콧노래가 나오며 괜스레 마음이 들뜨고 부산해 지는 3월이다.

봄은 여러모로 가장 축복받는 시기이다.

봄이란 말의 어원도 따스함이 온다는 `불 옴`이 축약과 탈락을 거쳐 유래 하였다는 설과,본다는 동사의 명사형인 ``으로 새롭게 볼 것이 많아진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다.

영어에서도 봄을 말하는 `spring`은 솟아나는 샘이란 의미 외에도 새싹들의 용틀임과 양서류들의 도약 등을 표현하는 뜻을 가진 것을 보면 동, 서양을 막론하고 봄은 희망과 약동, 새로움을 두루 갖춘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계절이다.

어느 시기에도 붙이지 않는 `~`라는 접두어가 봄에게만 붙이는 것을 보아도 봄이 우리에게 얼마가 큰 기다림과 특별함으로 오는지를 짐작 할 수 있다.

봄은 청춘의 계절이며 사랑이 싹트는 시기이니, 긴 겨울을 견뎌낸 생명들에게는 가장 크고 고마운 보상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봄을 대표하는 야생 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목 본류 중에서는 매화, 목련, 진달래. 개나리, 벚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중 `진달래`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가장 잘 어울리며, 화사 하기도한 대표적인 봄꽃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진달래`는 진달래 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전국 야산에서 자라며 높이는 2~3m 정도이고 줄기가 윗부분에서 여러 갈래를 이룬다. 줄기는 회색의 매끈한 형태이고, 잎은 작은 타원형으로 어긋난다. 꽃은 3월말에서 4월까지 피며 지름이 4~5cm의 화사한 분홍색이 주류를 이루나 간혹 흰색이 피는 개체도 있으며, 10여개의 긴 수술과 1개의 암술을 가진 확성기 모양의 통꽃이나 끝이 다섯 갈래로 갈라져 있고 한국 , 일본. 중국 등 주로 동북아시아에 분포 하고 있다. 다른 식물과는 달리 산성이 강한 황무지에서도 잘 자란다.

우리가 어린 시절, 봄이면 온 산이 `진달래`꽃으로 붉게 물든 것을 많이 본 것은 땔감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든 나무가 베어져 황폐해진 산이 `진달래`의 생육조건과 잘 맞았기 때문이며 70년대를 거치며 산림녹화 사업이 성과를 거둔 후에는 역설적으로 `진달래`의 집단 군락이 줄고 개체 수도 많이 감소하여 봄 축제를 위해 관리하는 지역에 가야만 온 산이 불타는 듯한 장관을 볼 수 있어 아쉬움을 주기도 한다.

봄을 맞는 많은 노래나 시 등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진달래`는 우리 마음의 고향 같은 꽃이기도 한 탓인지 무궁화를 대체할 수 있는 나라꽃의 후보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는 꽃이기도 하다.

꽃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의미의 `참꽃`으로도 많이 불리며 필자도 어린 시절 `참꽃`의 방언인 `창꽃`으로 부르며 따먹기도 하고 꽃밭 속을 뛰놀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르며 모처럼 행복감에 젖기도 한다. 흔히들 철쭉과 혼동하기도 하나 철쭉은 잎이 난후에 꽃이 피고 개화 시기도 한두 달 늦으며 꽃의 하단에는 끈적한 점액이 있고 색깔이 더 진하고 반점이 있는 차이가 있고 `진달래`는 잎이 나기 전에 꽃이 피며, 꽃을 먹을 수 있어 참꽃이라 부르고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어 개꽃이라 부르기도 했다.

50~60년대에 유, 소년기를 시골에서 보낸 이들은 `진달래` 필 무렵의 춘궁기에 대한 기억과 군것질 삼아 `진달래`꽃을 따먹었을 때 약간은 달콤하면서도 쌉스레한 맛과, 꽃잎으로 멋을 낸 할머니께서 부쳐주신 화전의 맛을 잊지 못할 것이다.

`진달래`는 또 다른 이름으로 슬픈 이야기를 간직한 두견화 또는 귀촉화 라는 별칭도 있다. 약성도 우수해 꽃잎은 생리불순, 혈액순환, 진해 등에 효과가 있으며 뿌리와 잎은 토혈, 타박성 동통, 해소, 고혈압 등의 증상에 좋고 꽃잎을 꿀에 재여 먹으면 천식에 좋아 민간 약재로 많이 쓰여 `참꽃`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식물이다.

이렇게 좋고 예쁜 꽃인 `진달래`는 슬픈 꽃이다. 우리네 역사와 민초들의 삶속에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살아오며 모든 애환을 함께 해온 탓에, 대부분의 문학작품이나 노래가사 속에서 `진달래`는 화사하고 예쁜 모습보다는 절제되고 속으로만 삭이는 사랑의 아픔을 표현하는 표징으로 많이 쓰인 것을 보면, 인고의 겨울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화사한 모습마저도, 삶의 고단함이 투영된 서러운 아름다움으로 비친 탓인가 보다.

빼앗겼던 들에 오는 봄에서도, 영변 약산의 `진달래 꽃`에서도, 바위고개 언덕에서 님이 꺾어 주시던 꽃에서도, `진달래`는 절제된 감성과 내보이지 않는 속 깊은 사랑이나, 이별의 아픔을 삭이는 상징의 꽃이 된 것은,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원초적인 감성 뿐 만 아니라,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민초들의 애환을 다독여 주며 함께한 꽃인 탓 일게다.

잃어버린 사랑의 슬픔에 울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을 위하여 밤새 울다 토해낸 두견새의 피가 `진달래`꽃의 색깔이 되었다는 전설과, 돌아오지 못 할 곳으로 가신 님에 대한 애절함을 담은 서정주 선생님의 시 `귀촉도`에서도, `진달래`는 처절한 비애의 꽃이며, 말로 다못할 슬픔에 가슴속 깊이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의 꽃이 되었다.

이제 `진달래`가 만발하는 때가오면 강화도 고려산에 가야하겠다.

온 산을 덮은 화사한 `진달래`꽃을 보며 이제는 마음껏 웃어 보라고, 복숭아꽃보다 더 고혹적이 되라고, 그렇게 지난날의 슬픔과 설움을 씻고, 내년 봄에는 지금보다 훨씬 밝고 기품있고 예쁘게 피어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한껏 훔쳐 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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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식 2019-03-11 21:51:16
김문기님! 옛추억이 새삼 떠오르게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어린 시절 동네 뒷산에서 참꽃을 너무 따 먹어 입술이 파랬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