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서 빛나는 `별꽃`
들에서 빛나는 `별꽃`
  • 김문기
  • 승인 2019.04.16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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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다는 것은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가.

바위틈의 작은 흙더미에서도, 진흙의 연못에서도, 열사의 사막에서도, 거름더미

주변에서도, 아스팔트나 콘크리트길의 갈라진 틈에서도 꽃은 핀다.

그들은 뿌리내린 환경을 탓하지 않고 원망하지도 않으며, 스스로 작은 우주를 창조하여

주변을 아름답게 하고 자손 대대로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흙 수저, 금 수저를 따지지도 않으며 오히려 열악한 곳에서 피는 꽃들이 관상용으로 육종된

꽃보다 더 귀하고 꾸밈없는 아름다움으로 당당하게 피어, 우리의 언어로는 다 표현 할 수 없는 깊은 경외와 신비로움을 느끼게 되는 반면에, 이 별의 주인이라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은 저 작은 식물의 동류에 대한 배려와 종족번식에 대한 정성보다도 못한 것 같아, 스스로 되돌아보며, 물질 우선의 가치와 탐욕적인 우리 삶의 방식에 대해 깊은 상념에 빠져 보기도 하는 봄날이다.

4월은 온 누리에 이런 기적과 같은 일들이 넘쳐나는 시기이다.

전에는 5월이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며 가장 많이 꽃이 피는 시기였으나 온난화에 따른 기후 변화로 요즈음에는 4월이 가장 많은 꽃을 만날 수 있는 달이 되어 이러한 환경의 변화가 가져올 후과를 어떻게 감당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많은 걱정이 들기도 한다.

여러 꽃들이 각자 자태를 뽐내며 피어 오감을 행복하게 해주는 요즈음, 주변 어디에서나 피지만 너무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앙증맞고 예쁜 꽃이 `별꽃`이다.

이 꽃은 이름이 예쁘기도 하지만 생김새도 영락없는 별모양이어서 오래 전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꽃이었다.

`별꽃`은 석죽과의 두해살이풀로 전 세계 어느 곳에나 분포하고 있는 작으나 강한 종이다.

키는 20~30cm 정도이며 줄기가 덩굴 모양으로 옆으로 뻗어 번식하며, 잎은 1~2cm의 달걀 모양이고 줄기에 가는 털이 있다. 꽃은 0.5cm 내외의 작은 크기로 다섯 개의 순백색 꽃잎이 쌍으로 갈라져 열 개로 보이는 취산꽃차례를 이루며,

별모양의 앙증스러운 모습으로 이른 봄에서 여름 까지 핀다.

학명도 stellaria 라는 라틴어의 의미가 별을 의미하는 stella에서 유래한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 작은 꽃에서 별을 떠올렸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예쁜 이름을 가지게 된 `별꽃`이 더 깊은 인상으로 다가오게 된다.

`개별꽃`,`큰개별꽃`, `쇠별꽃`등 대여섯 종의 사촌이 있고 다른 종과 달리 `개별꽃`이 꽃이 크고 모양도 더 화려해 ``라는 접두어를 무색하게 한다.

어린 싹은 봄철에 데쳐 나물로 먹을 수 있어 호남지방에서는 곰밤()부리 나물이라 불리며 봄철에 즐겨 먹는 나물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약성도 우수해 줄기와 잎을 짓이겨 소금과 함께 양치질에 사용하면 잇몸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며 한방에서 혈을 잘 돌게 하고 염증이나 타박상외에 여러 증상에도 널리 효과가 있다는 기록이 있어 자원식물로서의 가치도 상당히 기대되는 풀이나 농부들에게는 강한 번식력과 생존능력 탓에 아주 성가신 잡초가 된 아이러니한 풀이기도 하다.

별은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우리의 운명을 점치기도 했고 미래를 예측할 때도 별은 중요한 표징이었으며, 인간의 길흉화복을 정하는 수호신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우리가 세상을 떠나서 가는 곳이기도 했으며, 위대한 인물을 지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계절에 따라, 별자리를 이루며 빛나는 별은, 밤에 여행을 하는 사람들과 선원들에게는 생명과도 같은 안내자의 역할도 하고 있으며,

새카만 밤하늘 어둠만 존재하는 암흑과 공포로부터 우리가 밤하늘을 마주할 수 있게 해주는 든든한 길라잡이였다.

히말라야 트레킹 중에 본 밤하늘에 쏟아질 듯한 별은 어두운 공간 보다 별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여서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소중한 시간 이었고, 왠지 모를 향수와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 것 같은 생각에 오랜만에 동심을 느껴 본 좋은 기억이 되었다.

서로 떨어진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같은 별을 바라볼 수 있다는 그리움을 전하는 매개이기도 했고, 인간이 현실을 살아가며 찾지 못하는 질문에 해답을 갈구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학창시절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을 접했을 때 느꼈던 이슬보다 맑고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가 환갑을 한참 지난 이 나이에도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그 자리에 변치 않고 빛나 는 별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오늘 밤에도 창밖으로 보이는 화성, 금성, 시리우스, 오리온, 북두칠성 등을 보면 50여 년 전의 소년이 되어,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하고 옛 친구나 사랑을 떠올리면, 어쩔 수 없는 연민에 옛 앨범이나 일기장를 뒤적이게 된다.

별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몇 광년의 거리라고 한다. 별의 빛이 오늘밤도 빛나고 있는 것은 오래 전의 별의 빛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미 사그라져버린 별의 지난날 일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우주적 시각으로 보면 우리의 존재가 미약하여 시간과 삶에 대해 허무에 빠져 무력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지금도 우주 어디선가 빛을 내며 우리에게 달려오는 별의 빛은 지금이 가장 찬란한 순간임을 알리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 어디엔가 샘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 떽쥐베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한 구절처럼, 우리가 아름답고, 배려와 존중이 넘치는 삶을 산다면 우주에서 보는

지구는 단순한 암석 덩어리의 행성이 아닌, 더 따뜻하고 찬란하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곳이 아름답게 생각되는 것처럼, 우리별이 아름답고, 착하고, 고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면 먼 곳에서도 우리별은 더욱 빛나 보이지 않을까.

4월 들판에 `별꽃`이 지천으로 피면 둑 아래 빛나듯 핀 꽃을 만나러 갈 것이다.

초록의 바다 속에서 희게 빛나는 작은 무리의 `별꽃`을 만나면 연약해 보이는 줄기를 피해

조심히 작은 꽃 옆에 앉아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네 보아야 하겠다.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 네가 살던 별에서 본 지구는 어떤 별 이었니? 라고.

*필자 김문기 35년간 현대중공업 다우기술 키움증권에서 직장생활을 끝내고 2014년 은퇴후 산과 들을 찿아 야생꽃 공부에 나서고 있다. 현재 그는 1천여종 이상의 야생꽃들을 사진으로 담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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