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만의 세계에서 버텨낸 비결은 꼬챙이 같은 믿음 하나였다
남자만의 세계에서 버텨낸 비결은 꼬챙이 같은 믿음 하나였다
  • 박중하 기자
  • 승인 2021.02.27 0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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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참치요리 전문가 김용희
남성의 전유물같아 보이는 일식 요리사의 세계에서 드물게 여성 일식 오너 셰프로 유명한 김용희 대표. 

음식점 주인을 만나면 당연히 메뉴와 맛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야 함에도 정작 남는 건 사람 이야기 뿐이었다. 숙성 참치 하나로 여성 일식 요리사의 세계에 우뚝 선 ‘할매 주방장’ 김용희 대표를 만나서 더욱 그러했다. 살아온 이야기를 곱씹어 보니 입 안에는 어느새 참치는 온데 간데 없고 인생 스토리만 남았더라는 것이다. 남성 전유물일 것 같은 일식 전문 음식점의 주방장으로 드물게 여성의 특별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김용희 참치' 대표. 그 힘겹지만 포기하지 못 하는 ‘숙성된 세상 이야기’를 들여다 봤다.

 

일식이라고 하면 으레 사시미를 떠올린다. 살아있거나 혹은 저장해둔 생선을 칼로 얇게 저며 아름다운 접시 위에 올려 놓고 한 입 깨물면 그 맛이 예술이다.

특유의 식감도 그렇거니와 부위에 따라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것도 있고 때로는 향과 맛이 씹을수록 더해지는 것도 있다. 한편 일식은 눈으로 먹는 음식이라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손질한 음식, 특히 사시미를 담은 그릇을 고르는 눈썰미와 각종 장식  등이 맛을 보기도 전에 이미 눈을 사로잡기 때문이겠다.

이렇듯 일식 중에서도 그 대표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사시미가 세계적인 요리가 되기까지는 꽤 오랜시간이 걸린 게 사실이다. 익혀서 먹는 것에 익숙한 서구인들에게 눈을 꿈뻑이며 금세라도 튀어오를 듯한 물 고기의 살점을 떼내어 먹으라며 내놓는 발상 자체가 받아들여지기 힘들었을 게다. 분명 잔인함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을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이해불가의 요리가 이제 세계의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도 모자라 모든이들이 맛보고 싶어하는 최고의 메뉴가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일식의 매력이란 신선도와 맛은 물론이거니와 이렇게 서빙하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숙련된 장인이 예술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연상케 할 만하기 때문이다. 즉 산지에서 재료를 구하고 손질하여 식탁에 올리기 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일식의 대단한 인기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소개가 된 셈이지만 뭔가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긴 한다.그 중 하나가 왜 일식집에 가면 여성 요리사, 즉 여성 셰프를 보기 어렵냐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우리가 흔히 즐기는 사시미라는 것이 신선도를 강조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왜 갓 잡아올린 생선이 아닌 여러날 저온숙성한 것이 더 맛있냐는 것이다.

이유야 뭐가 됐든 일식은 보기에도 아름답고 차려지는 과정도 긴장감 넘칠 뿐더러 한입 맛보았을 때의 만족감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니 궁금한 게 있어도 정작 물어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굳이 직접 찾아가 물어보기로 했다. 궁금한 건 못 참으니까. 만난 사람 자기 이름 석 자를 간판으로 걸어둔 참치 전문 일식집 오너 셰프 김용희 대표다.


이름 석 자를 가게 이름으로 걸면 대단히 부담스러울 것같은데.

이름 보다는 참치를 더 또렷하게 보아주기 바란다. 더욱이 간판 글씨를 쓴 장천 김성태 작가의 솜씨가 더 돋보이면 좋겠다. 물론 맛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무엇하는 사람인가.

일식, 그 중에서도 참치요리를 주된 메뉴로 삼고 있는 요리사이다. 내 이름을 건 가게도 있으니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오너 셰프랄까? 범띠 53년 생이다. 올해 예순아홉이다.

굳이 묻지 않더라도 늘 접한 질문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왜 여자냐는 질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묻겠다. 왜 남자만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래도 물어보련다. 여자가 일식집에서 칼을 잡는다는 게 낯익은 풍경은 아니라고 보니까.

당연히 그럴 것이다. 오죽하면 조리복을 입고 바에 서있는 데도 찾아온 손님이 요리사가 어디갔냐고 묻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지금은 그런 질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물론 내가 지금보다 훨씬젊었을 때는 괜히 말이라도 걸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했겠지. 어쨌든 요즘은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여자라고 해서 칼 잡지 말란 법은 없다.

일종의 편견이라는 이야긴가.

종종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손이 뜨겁기 때문에 생선을 만지면 쉬이 변질되므로 여자 일식 요리사가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럴듯해 보일지 몰라도 그거 순전히 거짓말이다. 여자가 체온이 높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편견이라고는 하지만 특이해 보이는 건 분명하다.

전국을 통틀어 10명 미만의 일식 여성 요리사가 있다고 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서너 명쯤 되는 것같다. 아마도 앞서 이야기한 이상한 소문과 오해 때문에 이 분야로 들어오려는 여성에게 진입장벽이 높다 고 생각한다.

본래 요리사가 직업이었나.

천만에. 참치 전문 일식집 주인이긴 했지만 요리사는 아니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요리사가 된 것은 주방장이 갑자기 나가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일을 맡게 되어서 그리된 것이다. 여자 혼자서 음식점을 꾸려 나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이야기 하자면 밤을 꼬박 새도 모자랄 것이다.

여자 혼자라는 부분이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뭐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다가 이혼하고 삶과 맞서려니 쉬운 게 하나도 없더라. 84년에 가족 부양하겠다는 생각에 택시기사 자격증을 따서 업으로 삼아보려고 하는 시도도 해봤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여자가 택시운전을 하겠다니까 회사에서도 마뜩찮다는 눈치였다. 배차를 해줘도 금세 고장날 것같은 고물택시로 해주고 말이다.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자가 사회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어떤 기회에 참치 전문점을 하게 됐나.

앞서 택시운전을 해보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게 쉽지 않아서 트럭기사도 생각해 보았는데, 그 또 한만만찮았다.결국은뭘하긴해야할텐데어쩌나싶 어서 신문광고를 뒤져보다가 문득 모 참치회사에서 일종의 체인점 모집을 한다기에 고민하게 됐다. 내가 참순진한사람이란게광고를보면뭐든쉬워보이 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가맹점 담당자에 게 연락을 했더니 부리나케 사람이 나왔다. 요즘도 마찬가지겠지만 모집 담당자들은 돈만 있으면 그냥 다 잘 될거라고 하지 않는가. 나 또한 그 말이 어찌나 달콤하게 들리던지....

요식업을, 그것도 가맹점을 하려는 초보자들이 겪는 함정과 같은 이야기겠다.

일식집을 살펴보자면 일반적인 횟집 스타일의 일식집보다 참치 전문점이라고 하면 뭔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주던 때가 있었다. 이 또한 여자 혼자서 사업을 하려니 좀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것을 하는 게 낫겠다 싶어서 좀더 내게 맞는 사업처럼 여겼던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후회스럽기도 한 부분이다. 좀더 알아 보고 하는 거였는데 말이다.

일견 슬픈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업을 하려면 정말 바닥부터 다 알아보고 시작해야 한다. 가맹점을 모집하는 쪽에서는 뭐든 다 알아서 해준다고 하는 게 함정이다. 그들이야 가맹비만 챙기면 그만이니까. 나머지 모든 책임과 결과는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놓치곤 한다. 그래서 요즘 내게 식당을 하겠다며 조언을 구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으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하지 말라”고 잘라 말한다. 혹시나 그래도 하겠다고 고집하면 카운터에 예쁘게 입고 앉아서 돈만 세고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지 말라고 꾸짖는다.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일할 생각이 없다면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도대체 어떤 어려움이 있었길레 창업을 말리는 입장에 서게 됐나.

주방일이라는 것이 주방장과 보조로 구성되어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짜임새라는 게 스승과 제자 혹은 팀과 같은 방식으로 되어있어서 한 귀퉁이만 망가져도 우르르 다 무너지는 식이다. 이 또한 사람과의 관계로 이뤄지는 것인지라 가게 주인과 일종의 피고용인인 주방스탭과의 관계가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러다 보니 주인과 주방장이 마찰을 빚게 되면 몽땅 망가지는 것이 수순이다. 내 경우는 운이 나빴다. 가맹점 운영하는 쪽에서 알아서 사람을 구해준다는 말만 믿고 기다렸다가 찾아온 주방장이 말 그대로 깡패처럼 횡포를 부리는 바람에 아주 힘들었다. 누구에게 하소연도 할 수도 없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게 주방에서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긴가 보다.

중언부언하는 셈이지만, 누구든 식당 창업을 하겠다면 먼저 물어보는 게 있다. 혼자 일할 결심이 서 있냐고. 남을 데리고 일할 거라면 애초부터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어차피 이 일 또한 사업이라고 한다면 경영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누구를 탓할 게 아니다.

심각한 이야기일텐데, 힘들었던 사례를 들려달라.

가게를 열고보니 가맹점 모집하는 회사의 말처럼 정말 사업이 잘 됐다. 그들이 이야기하듯이 가만히 카운터에 앉아서 돈만 세면 될 정도로. 손님도 북적대고 매출도 상당했다. 뭔가 되는 것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말이다, 정산을 해보면 그게 아니었다는 이야기다.즉 죽어라 일해서 높은 매출을 올렸다고 치면 그만큼 수입이 남아야 정상인데, 그게 아니었다는것이다. 재료비에 인건비가 이상스럽게도 많이 들어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주방장이 원하는대로 함부로 지출하고 그들의 스타일대로 따라주니까 마음대로 쓰고 사들이고 심지어는 집어가기까지 하고....결국 인건비와 재료비 지불하고 나면 내 임금조차 챙기기 어려울 지경이었으니까. 아무 것도 몰라도 그저 가게만 차리면 돈을 벌거라는 안일한 생각에 화를 자초한 셈이다. 더욱이 내 경우는 주방장이 폭력적이기까지 해서 두려움에 아무런 대꾸도 못 하고 그저 따라가기만 했으니 될 일이 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사업을 끌고 나갔나.

지금 생각해도 참 믿기지 않을 정도다. 포기했다면 수십 번도 넘게 접었을 일을 지금까지 이 자리에서만 18년째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놀랍기만 하다. 어쨌든 주방장과 마찰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정말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주말에 예약 손님을 받았는데, 주방장이 피곤하다면서 출근을 안 하는 거다. 그러잖아도 그 전날 주방장과 실랑이가 벌어져서 “피곤하면 일찍 들어가서 쉬라”고 했더니만 다음날에 주말 예약손님이 있는데도 안 나오는 것이 아닌가. 눈앞이 캄캄했다. 더욱이 그 예약 손님은 말기 암환자인 가족이 참치요리가 먹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오기로 한 것이라 서 더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돌려보낼 수도 없어서 그냥 상황에 맞서기로 했다. 손님에게 “지금 주방장이 안 나와서 내가 직접 차릴 터이니 혹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 달라”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그간 곁눈질로 보아왔던 주방일을 기억해내어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솔직하게 사정 이야기를 했어도 결과가 뻔하지 않겠는가. 주방일이라고는 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칼을 잡고 참치를 썰어 내놓았으니.... 상상 하기도 싫을 정도다. 다만 그 사건이 없었다면 지금의 김용희라는 일식 요리사도 없었을 것이다.

 

 

무경력자가 그것도 일식집에서 칼을 잡았다는 것이 참 믿기지 않는 일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마음이었으니 못 할 일도 없었다고 본다. 현역 주방장들을 선생님 삼아 모셔다가 배우기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어찌 만드는지 곁눈질로도 익혀고... 말 그대로 온몸으로 맞섰다는 게 옳은 표현일 게다. 하지만 이것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니 못 할 것도 없을 거라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하나하나 배우고 뻔뻔하다고 나무랄지 몰라도 손님을 받았다. 배우면 그것을 나 만의 레시피로 재가공하고, 또한 블로그에도 올려 의견을 묻는 지난한 과정을 겪으며 나름대로의 경력을 쌓아간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비결이다. 지금도 혼자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겁 안 난다.

가게 오픈과 운영은 어찌했는지.

지금의 가게가 두 번째 터이다. 처음에 문열었던 곳은 정말 손님이 많았다. 근처에 법원도 있었고 해서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주방 스탭과의 마찰이 심했고, 무엇보다 내 집이 아닌 임대였으니까 건물주가 휘말린 부동산 관련 송사에 얽히기도 했다. 어렵사리 지금의 건물을 구입해서 다시 식당을 열었다. 주거도 함께 하는 곳이니 마음은 편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이런 건물을 샀냐고?다 빚이다. 가진 돈, 주변 지인의 투자까지 모아 탈탈 털어서 지금의 가게를 열었다. 결국 이 가게는 금전적인 빚이기도 하고 마음의 빚이기도 하다. 이렇게 혼자서 살아보겠다고 일하는 ‘할매 주방장’을 믿고 돈을 빌려준 지인들이 아니었다면 꿈도 못 꿀일이다. 그렇게 문을 연 게 2001년이다. 직접 인테리어 설계를 하고 시공업자를 들들 볶아서 지금의 김용희 스타일의 식당을 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가게 팔아 빚 갚고 그냥 편히 살고 싶지만 내 자신과 지인들에게 한 약속 때문에라도 나는 칼을 잡는다. 일해서 벌어 갚기로 했으니까.

듣고 보니 참 놀랍다. 어찌 버텨냈는가.

이젠 장성해서 결혼해 살고있는 아들을 보면서 용기를 얻는다. 힘내라면서 툭툭 던지는 응원 한 마디 한 마디가 힘이된다.그리고 몇십 년째 이 일을하면서 깨달은 교훈이라면 단언코 ‘무슨 일이든 한 번에다 되는 것은 없다’는 거다.겪을 것 다 겪고서야 깨닫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게 진리다.

그럼 이제 본업 이야기로 가보자. 참치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데, 그 중에서도 어떤 종류의 요리를 들 수 있겠나.

이른바 숙성 참치 사시미다. 시간과의 싸움이다. 얼마나 정확한 온도에서 얼마동안 보관 해두고 상에 내 놓느냐가 관건이다. 숙성이 잘 된 참치는 칼을 댔을 때 한 번에 썰린다.또한 그릇에 담아 내놓아도 물기가 전혀없이 탄탄한 육질을 지닌다. 종종 냉동참치집에 가보면 그릇에 물기가 그득한 경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냉동실에 꽁꽁 얼려뒀다가 손님이 오면 그대로 썰어서 내놓는 것이다. 당연히 고유의 맛을 잃기 쉽고 마치 얼음 씹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숙성 참치를 내놓는 기술도 순전히 눈썰미와 끊임없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독학으로 익힌 것이다. 내 스스로도 대견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손이 커서 그릇 가득하게 참치살을 올려 놓아도 물 한 방울 고이는 일이 없다. 마치 금세 잡은 참치의 맛있는 부위를 맛보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한 번 찾아온 손님들이 굳이 서울의 외곽인 이곳까지 달려온다고 본다.

모든 참치가 다 숙성되어 서빙되는 것인가.

전부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어 눈다랑어는 숙성시켜 썰어 내놓기에 적당하지만 참다랑어는 숙성이 안 된다. 입에 넣으면 마치 버터처럼 녹아버리는 성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신선도가 관건이다. 종류에 따라 숙성할 것과 곧바로 내놓을 것을 주문과 예약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도 일종의 기술이다. 혼자 배워서 깨달은 일종의 노하우겠다.

일하면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만 들은 것같다. 좋은 경 우는 없었나.

즐겁고 보람찬 경우가 없었다면 어찌 지금까지 벼텼겠나? 직원없이 혼자서 일하는 게 힘들긴 해도 100% 내가 다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적어도 일식집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고 본다. 손 님과 일대일로 만나야 하는 직종이기도 하고 재료 선정에서부터 관리까지 주방장의 생각과 고집이 모여져야만 하는 음식이니까 더욱 그렇다. 요즘은 강남의 비싼 일식집만 고집하던 분들이 굳이 이곳까지 찾아와 숙성참치의 제대로 된 맛을 보게 됐다면서 단골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게 기쁨이다. 그러니 새벽에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휴일에도 홀로 찬거리를 만드는 쉼없는 일정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이겠다.

‘할매가 내놓는 참치요리’ 의 특징을 들어보자면 무엇인가.

나이가 들면 좋은 게 너그러워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정반대다. 남을 잘 믿지않고 성격마저 꼬챙이같아서 늘 현실의 어려움과 부딪히게 된다. 사실 이런 건 젊은이들의 특징인데 나이 먹어서도 여전하니 그게 묘하다. 언뜻 욕쟁이 할매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서 한편으로는 걱정이지만 그게 결국은 내 스스로에게 엄격하다는 의미다. 나이 들어서 축축 늘어지는 것 보다는 되레 나이가 들수록 더 한결같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다.

 


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몇걸음이면 닿는 김용희 참치집은 일요일마다 쉰다고 해도 늘 주인이 거주하고 있으니 엄밀히 말해서 쉬는 날이라고는 없다. 손님을 안 받더라도 주방에서는 언제나 할매 주방장이 반찬거리라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한결같음’이라는 한 마디 고집이 그이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라면 그런 믿음에 ‘한결같은 맛’을 기대하는 단골들이 줄을 잇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싶다. 다만 필자는 오늘도 김용희 주방장의 ‘거짓말 한 마디’에 그저 놀라다가도 금세 피식 웃고 만다. “힘들어서 가게 내놓을까 봐요”라는 푸념 말이다. 그 한 마디에 놀라서 혹시나 다시는 숙성 참치맛을 못 먹게될까봐 한 달음에 달려가면 늘상 똑같다. 오늘도 열었고 내일도 열 것이고 또한 몇 년 뒤에도 한결같이 문을 열테니 말이다.거짓말 한 마디에 맞서는 건 그저 진짜 숙성 참치의 맛이니 괜찮다. 비록 속았더라도 전혀 억울하지 않으니까.

글_박중하, 사진_JukermanBa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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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2019-04-25 12:57:23
김용희 주방장님 꼬챙이 같은 성격도 멋있고 손끝에서 나오는 참치도 맛있어요.!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