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있는 것에 대한 단상 `애기똥풀`
늘 있는 것에 대한 단상 `애기똥풀`
  • 김문기 객원편집위원
  • 승인 2019.06.0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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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 내린 비의 탓인지 아침에 일어나 창을 열고 보니, 한층 더 푸르러진 앞산의

모습과 상큼하고 시원한 공기가 가슴속 깊이 들어와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활기를

채워, 살아 있다는 것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는 6월 이다.

한층 높아진 새소리와 짙어지는 녹색으로 무성해져 가는 숲의 모습은 나에게 생동감과

자연에 대한 신비로움을 갖게 해주어, 지난봄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을 씻어 버리기에

충분한 선물을 받게 되는 초여름이다.

탄생과 성장의 유, 소년기 같던 봄이 지나고 성숙과 왕성함으로 여름의 문을 여는 6월은

그 이름에서도 인생의 황금기 같은 청년의 시기이다.

 

6월의 영어 표현인 `June`, 그리스 신화의 12신중 하나인 `헤라`의 로마식 표현인 `Juno`에서 유래된 것으로 6월의 수호신이자 가정과 혼인의 신인 `Juno`의 달을 의미하며,

6월에 결혼하는 여인은 `Juno`의 축복으로 행복한 신부가 된다고 하여, 6월의 신부가 되는 것이 서양 여성들의 로망이었던 것을 보아도 6월이 주는 시절의 축복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5월의 신부에 대하여는 특별한 유래나 근거가 없고, 다만 5월이 장미의 달이며 축제의 시기여서 미인선발 경연이나 대학가의 축제, 이제는 없어진 메이퀸 선발대회 같은 것과 맞물린 업계의 상술에 의해 유행된 것으로 실제 혼인 건수는 10월이나 6월보다 적다는 통계도 있다.

이 무렵부터 주변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꽃이 `애기똥풀`이다.

양귀비 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풀인 이 식물은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며 약간 습한 곳에서 더 많이 번성한다. 키는 30cm~1m 까지 자라고, 줄기는 속이 빈 관 형태이며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잎은 마주나며 깃꼴로 갈라지고 길이는 10cm 내외로 끝부분에 큰 톱니가 있는 약간 동그란 국화잎과 비슷한 형태이다.

꽃은 5월부터 늦여름 까지 피고 살짝 짙은 노란색이며 지름이 2~2.5cm 정도의 4개의 꽃잎이 산형꽃차례를 이루어 핀다. 여러 개의 노란 수술이 한 개의 암술을 둘러싸고 도드라져 보이는 모습은 어린아이의 긴 속눈썹을 연상하게 할 만큼 특이하고 예쁜 모양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북아시아와 시베리아, 캄차카반도와 몽골 등지에 분포하고 있으며, 줄기나 잎에 상처가 생기면 노란 즙액이 나오는 것이 어린 아기의 똥 같다고 하여 `애기똥풀`이란 이름을 얻게 된 식물이나, 실제로 줄기를 꺾어보면 붉은 빛이 섞인 노란 액체가 나오며, 이명으로 `까치다리``젖풀``씨야똥`으로도 불린다.

양귀비 과에 속하는 식물답게 약성도 뛰어나 한방에서는 백굴채라 불리며 꽃부터 뿌리까지 모두 약용으로 사용되고 진통, 진해, 이뇨, 해독 등에 놀라운 약성을 가지고 있으나 독성이 강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민간에서는 아토피치료에 쓰기도 하며 줄기나 잎에서 채취한 진액을 무좀이나 습진 및 벌레 물린데 바르면 효과가 있으나 먹는 것은 전문적 지식이 없으면 피해야 한다.

`애기똥풀`의 약성과 이름에 대한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 눈에 이물질이 많아 눈을 뜨지 못하는 아기 제비가 있어 어미가 `애기똥풀`의 줄기를 꺾어 물어와 그곳에서 나오는 즙으로 아기 제비의 눈을 닦아주어 눈을 뜨게 했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어 `애기똥풀`의 학명이 그리스어의 제비를 뜻하는 Chelidon에서 유래한 Chelidonium 인 것과 꽃말도 `엄마의 사랑과 정성`인 것은, 이 꽃의 이름이 갖는 의미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예닐곱 살 무렵 처음 이 꽃의 이름을 알았을 때 성가실 정도로 온 천지에 흔하고, 이름이 주는 더럽고 지저분한 느낌과 역겨운 냄새 때문에 무관심을 넘어 혐오에 가까운 선입관으로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꽃에게 내가 먼저 다가간 것은 최근의 일이다.

노모의 건강이 나빠져 고향에 자주 가던 지난해부터 거의 일주일 단위로 다니던 길옆의 풍경이 계절에 따른 변화를 보여 주다가, 5월 들어 날씨가 따듯해지며 도로변 언덕에 노란 별들이 하나 둘 빛나며 풍경을 아름답게 변화 시키는 것을 보며, 궁금함에 간이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다가가 보니 온 언덕이 `애기똥풀`로 덮여 있음을 알고, 미안한 마음에 다가가 `너였구나. 내가 오가는 길에 위로를 준 네게 그 동안 무관심해서 미안해`하고 말을 건네게 되면서 부터 양귀비 과의 꽃답게 매혹적인 자태와 무리지어 피어나 황량한 언덕을 화려하게 빛내주는 꽃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로 고통 받기 전 까지는 공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것처럼, 우리는 주위에 늘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움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햇살, 바람, 나무, , , 눈 등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에 대해서도 감사하는 일보다는 자신의 편이에 따른 원망을 많이 하고 사는 일이 더 흔한 우리의 일상을 차분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참 어리석은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생명과 밀접한 연관을 찾기 어려운 기호나 취미 또는 욕망의 충족이나 과시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며, 스스로를 그 덫에 가두어 놓고 몸부림치는 삶의 모습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이러한 삶의 방식이 우리를 물질적 만족의 도구로 만들고, 삶의 고귀함과 주변에서 늘 만나는 일상의 소중한 것들과의 관계를 단절시켜 우리 스스로 메마르고 삭막한 현실 속에서 불만족으로 점철하다 허무로 끝나는 생을 보내게 하는 것은 아닌지.

 

건강을 잃으신 90세 되신 어머니를 뵐 때마다 부부, 자녀, 부모, 형제, 친구들처럼 늘 주위에 항상 있어 당연하게 나와 함께 할 것이라는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를 `애기똥풀`을 만나며 깨닫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갈등과 비교보다 사랑과 이해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새기며 살아야 하겠다.

주변에 늘 있어 고마움은 고사하고 존재마저 의식하지 못한 사람과 사물을 다시 보게 해 준 `애기똥풀`에게 감사하며, 덥고 힘든 여름조차 즐거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는 힘을 준 초여름 날의 작고 기쁜 만남을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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