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위대한 로봇이 사람을 살려낸다” - 나노로봇 연구자 김민준 교수
“작지만 위대한 로봇이 사람을 살려낸다” - 나노로봇 연구자 김민준 교수
  • 한선영
  • 승인 2019.08.16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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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Nano)는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한 말이다. 우리는 거시적인 세계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는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미시적인 세계, 즉 나노의 세계가 존재한다. 거시계와 미시계는 각기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다. 김민준 교수는 이 두 세계를 연결하는 나노로봇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크기라는 나노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김민준 교수는 마이크로 로봇, 나노 로봇연구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재미과학자로 현재 미국 텍사스주 서던 메소디스트대학교 석좌교수로 있다. 그의 연구는 기계공학, 생명공학, 나노로봇 분야를 넘나든다. 인간의 팔을 대신하는 외과용 로봇이 의사들의 수술을 돕고 있지만 그의 연구대상은 그보다 더 작게 몸 속으로 침투하는 나노로봇이다. 그는 세계 최초로 트랜스포머 나노로봇을 개발하여 2016년 KSEA 재미 한인과학기술자협회 올해의 공학자상을 수상하 였고, 2016년 넷엑스플로상(Netexplo Award:프랑스 의회,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유네스코 공동주최로 세 계의 혁신기술 10선에 수여)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본인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서던 메소디스트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석좌교수로 있다. 그 전에는 필라델피아 드렉셀대학교에서 10년 동안 근무하였다. 한국에서는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를 졸업하고 ROTC로 전역한 직후 미국으로 유학하여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나노공학으로 크게 두 분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나노미터/마이크로미터 스케일의 로봇공학이고, 다른 하나는 나노미터스케일에서 단분자분석(Single Molecule Analysis)이다.

그럼 기계공학과 생물학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인가.

맞다. 학위는 석박사 모두 기계공학으로 받았는데 석사 때는 전자화학, 박사 때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미세유체유동(Bacterial Microfluidics)으로 논문을 쓰고,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을 할 때는 단분자 생물리학(Single Molecule Biophysics)을 연구하였다. 이런 관계로 드렉셀대학교에 근무할 때는 기계공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의공학과, 의대 외과 교수도 함께 하였다. 기계공학과 의공학이 합해진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하자면 기계공학과 의학, 생화학 분야를 아우르는 일종의 크로스오버가 될 것 같다.

그렇다. 다만 정통 기계공학과는 조금 다른 점이 있다. 기계는 기술이 어느 정도 발달하면 바로 상용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의공학 관련 분야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기술이 축적되었다 해도 동물 실험에 10년, 임상 실험에 10년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여럿이 함께 해야 한다. 내 연구실에도 전기공학, 생명공학, 유체역학, 미생물학, 생화학을 전공하는 다양한 연구자가 팀을 이루고 있다.

 

팀으로 연구하다 보면 좋은 점도 많지만 어려운 일도 있을 것 같다.

어려움이 많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즐거움이기도 하다. 경우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연구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연구자는 좋은 연구 과정을 거쳐 좋은 결과물을 가져온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대체로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가 많다.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을 통해 경험치가 축적된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시행착오도 줄어들게 된다. 좋은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기존의 연구가 진화하는 것 또한 즐거운 일이다.

나노마이크로로봇(이하 나노로봇)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노로봇은 주변 환경을 인식해 스스로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인공로봇이다. 크기는 수십~수백 나노미터 정도다. 박테리아보다도 훨씬 작은 크기인데 혈액이나 체액 안에서 헤엄쳐 움직이는 로봇이다. 이 때 자기장을 통해 방향과 속도를 지정해주면 암세포나 좁아진 혈관같은 목적지에 정확하게 찾아가 약물을 전달해서 암세포를 공격하거나 막힌 혈류를 뚫어주게 된다.

나노로봇은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과 밀접한 연관이 깊다고 들었다. 어떤 연관이 있는가?

말하자면 ‘자연모사(Biomimetics)’다. 생체모방기술이라고도 하는데, 박테리아 같은 자연물이 가진 생물학적인 역학기능을 공학적인 기술로 개발하여 원하는 목적에 맞는 로봇으로 개발하는 연구다. 즉 박테리아의 다양한 움직임을 나노로봇에  적용하여 의학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초소형화된 로봇이 몸 속으로 들어가 약물을 전달하고, 영상을 찍어 보낸다. 오래전 영화 속에서 상상으로만 가능하던 일이 과학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나노로봇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는 유체환경에 따라 자유자재로 형태를 변화하여 움직이는 약물전달용 로봇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장의 성능향상과 영상없이 물체를 제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알고리듬을 연구 중이다.

인간 체내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박테리아의 특성을 적용한 로봇이라니 여러모로 유용할 것 같다. 나노로봇이 실생활에는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가.

여러가지로 활용되겠지만 의료용으로는 약물 전달을 하는 치료용 로봇으로 쓸 수 있다. 암치료를 예로 들면, 암치료에서 가장 큰 부분이 약물치료인데 치료과정에서 약물이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것이 문제다. 나노로봇은 그런 위험을 최소화시킨다. 로봇은 암세포 주위에 직접 침투하여 암세포를 공격하고, 막힌 혈관을 뚫는 약물을 전달하여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일 수도 있다.

나노로봇을 마이크로스위머(Microswimmer)라고도 하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

인체의 70%가 물이라고 하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실제로 혈액, 척수액 등 액체가 인체 부피의 60~65%를 차지한다. 이런 환경을 통과해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로봇들은 수영을 해야 한다. 마이크로스위머는 인체 속에서 헤엄칠 수 있는 미세한 로봇이다. 여기서 문제는 미시적인 세계의 운동 법칙이 우리가 살고있는 거시적 세계의 것과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거시계에서 수영할 때는 팔을 휘저으면 앞으로 나아가지만, 혈액처럼 점성이 있는 유체에서 팔을 휘저었다가는 오히려 점성만  높아진다. 인체 내의 미생물이 수영 선수처럼 직선으로 유영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마이크로스위머의 조종 방식은 비선형 유체역학에 기초해서 만들어진다.

 

현재에도 일부 수술에는 로봇 팔이 쓰인 다고 하던데, 앞으로 나노로봇에 역할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노로봇이 상용화되려면 거쳐야 할 단계들이 아직 좀 남아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의료 분야에서는 수술 과정이나 잠재적 질병 요인을 조기에 찾아내는 등 많은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좋은 면이 있으면 나쁜 면도 있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김치같은 웰빙 음식을 숙성, 발효시키는 좋은 역할도 하지만, 미생물 수치가 지나치게 급증하면 강과 호수에 녹조나 적조 현상이 생기듯이 말이다. 앞에서 좋은 연구자가 좋은 연구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는데, 좋은 연구  방향을 선택하는 것도 결국 인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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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교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영화의 몇몇 장면 혹은 과학 다큐멘터리에서 보았던 현미경 속 미생물들의 모습이 연상되면서 그의 로봇 이야기에 한참 빠져들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이 때로는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그가 SNS에 가끔씩 올리는 강의 이야기를 보면, 복잡한 물리학을 학생들 시선에 맞춰 알기쉽게 설명하는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꽃은 항상 같은 자리에 때를 맞춰 피어나잖아요. 사람들은 아무리 잘 해줘도 상처를 줄 때가 있는데, 꽃은 내가 정성을 들이면 정성들인 만큼 즐거움을 줘요. 그런 즐거운 기다림 때문인지 나는 꽃보다 싹이 좋더라고요. 겨울에 언 땅을 비집고 올라온 수선화 싹을 보면 얼마나 기특하고 예쁜지 몰라요. 세상에서 제일 예쁘더라고요. 사실 꽃 키우는 건 정성 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꽃에 대해 알아야 해요. 심는 시기, 물주는 방식 등이 다 다르거든요. 그래서 책도 찾아보고, 꽃의 생태에 대한  이해도 필요해요.”

그는 사람으로 인한 상처 중 가장 뼈저리게 아팠던 것이 믿었던 제자의 배신이라고 했다. 나라나 문화의 차이도 있겠지만 결국은 인성의 문제인 것 같다고. 그렇지만 결국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는 교수인 자신이므로 그런 부분까지 다 감싸안을 수밖에 없더라고.

아마도 그는 사람으로 부터 받은 상처를 꽃을 통해 위로받고 치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의 꽃 이야기를 들으며 ‘꽃에 대해 알아간다’는 말을 되새겨 보았다. 그렇다. 꽃이란 대충 물만 주고, 햇볕이나 쬐어준다고 모두 다 피어나지 않는다. 갓 올라온 새싹을 키워 꽃까지 보는 것은 잠깐의 호기심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그 꽃의 특성에 대해 공부도 하고, 알아가며 꾸준히 돌봐주고 친해져야 아름다운 결실로 꽃을 피운 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그렇듯이. 나노로봇은 그가 열심히 키워가고 있는 또 하나의 꽃이 아닐까. 정원의 꽃들과 함께 그의 나노로봇 꽃이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글.사진/ 한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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