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사랑이다, 아름다움이라는 옷을 입은 사랑이다"
"예술은 사랑이다, 아름다움이라는 옷을 입은 사랑이다"
  • 편완식 객원편집위원
  • 승인 2019.12.14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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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적 공간을 구축하는 작가 양순열

미술사의 거장들이 때론 ‘아동화로 돌아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이유다. 새롭게 태어나는 미술사조들은 그렇게 시작되기도 했다.

유아기적, 모성적 공간으로의 지향은 예술가들에게 강력한 창조적 에너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얼핏보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그림 같기도 하다. 때론 자궁의 양수 같은 모태적 공간인 물에 주목하기도 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형형색색 찬란한 바다의 모습을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

해질녘 산마루 넘어가는 연분홍 노을.

어머니는 저만치서 놀고 있는 나를 웃음가득 바라보셨다. 지금 와서도 세상에서 가장 따듯한 풍경이다. 중견작가 양순열은 자신의 마르지않는 창작의 저수지를 늘 이렇게 고백한다. 어린시절 오자미놀이, 딱지치기, 구슬치기 등이 그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이유다.
제한 없는 공간에서 고무줄놀이를 하고 사방치기를 마음껏 즐겼던 추억은 작가에게 천상에 가까운 행복감과 환희로 다가왔다. 이런 모습은 그림이 되고 비디오작품 됐다.
“인간은 모성적 공간으로의 회귀적 본능이 있다. 자신이 태어난 모태적 공간이다. 생명이 탄생하고 시작되는 지점이다. 수도자들이 어린아이의 마음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우선 목표로 삼았던 것도 새로운 삶의 출발점에 서기 위해서였다. 화가들도 예외가 아니다.”
미술사의 거장들이 때론 ‘아동화로 돌아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던 이유다. 새롭게 태어나는 미술사조들은 그렇게 시작되기도 했다. 유아기적, 모성적 공간으로의 지향은 예술가들에게 강력한 창조적 에너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얼핏보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그림 같기도 하다. 때론 자궁의 양수 같은 모태적 공간인 물에 주목하기도 한다. 햇빛이 쏟아지는 형형색색 찬란한 바다의 모습을 구현하는 경우가 많다.


모성적 공간으로의 회귀는 거역할 수 없는 ‘부름’

양순열 작가는 어린시절 어머니 품안에서 느꼈던 따스함과 어머니와 손잡고 나들이 했던 자연속의 꽃과 나비 등이 여전히 감성의 젖줄이 되고 있다.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모성적 공간을 창출해 내고 있다.
대학시절 수없이 들꽃을 찾아다니며 사생을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개의 학생들이 관념적인 사군자 수련에 힘을 쏟던 시절이었다.
들꽃을 그렸지만 실은 꽃을 통해 유년기적 공간을 지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러 형제의 늦둥이로 태어나 누구보다도 어머니에 대한 애착이 컸으리라 짐작된다. 어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친구들과 줄넘기도 하고 술래잡기를 했던 기억들은 고스란히 화폭에 감성적으로 스며들고 있다.
어머니 모습을 형상화 한 오뚝이도 유아기에 누구나 그렸던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아동화를 연상시키는 형상이다.. 자식을 위해선 늘 오뚝이 같았던 우리네 어머니다. 그 지향점은 ‘순수했던 유년으로의 복귀’다. 그래서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할 땐 동심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의 그림이 아닌지 오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캔버스에 다가가보면 전혀 다른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무수히 덧대 칠해진 물감의 흔적에서는 시간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여성(어머니)들은 ‘모성’을 지니고 있다. 모성은 타인에 대한 희생과 보살핌과 평화를 지향한다. 모든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모성정신이야말로 평화를 주장하게 하는 근원인 것이다. 나아가 남녀성별 구별 없이 평화와 희생을 지향하는 정신은 모두 ‘모성정신’이라 일컬을 수 있다. 그것이 인류애다.”
깨친 자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모성이 제대로 발휘되면 대단히 자유롭고 사랑이 넘치는 이상향을 낳을 수 있다고들 한다. 이른바 자유혁명들에서 모성적 파토스가 함께 함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종교가 사랑을 근본으로 삼기에 참된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성은 대지 보다 위대하다

“흔히 대지를 모성에 비유하나 모성은 대지보다 더 위대하다. 대지는 자연도태라는 일면 비정한 손길에 따라 생명을 키우나, 모성은 못난 자식일수록 더한 사랑으로 살리려 한다. 대지의 사랑은 한계가 있으나, 모성은 무한에까지 이른다는 얘기다. 사실 모성의 그런 특성이 사랑과 자비의 고등종교를 낳는데 크게 영향을 주었다. 같은 여성신이면서도 고대종교의 이른바 대지의 여신들, 고등종교에서의 불교 보살이나 그리스도교의 성모 마리아는 모두 모성적 발로다.”
양 작가의 예술적 지향점을 엿보게 해준다. 흔히 낳은 어머니 정(情)보다 기른 어머니 정이 더 깊다 고 한다. ‘낳은’ 대지와 ‘받아들이는’ 모성의 차이다. 대지에 사는 생명은 모두 유한한 존재로서 치열한 생존투쟁 속에 언젠간 사라져야 할 운명이다. 하지만 모성은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품’을 가지고 있기에 영원의 빛을 안겨다 준다. 모성의 신성성이다. 신의 빛이다.


여신,보살,성모 마리아는 모두가 모성적 발로

“모든 종교개혁자들이 ‘영원한 여성 곧 모성만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고 설파한 이유다. 모성의 신성을 강조한 것이다. 모성은 영원으로 향하는 창이다.”
실제로 루터는 말할 것도 없고, 존 웨슬리의 감동적인 신앙발견까지 모든 열정적인 신앙부흥운동에선 언제나 하느님의 모성적 자애가 강조되었었다.
“온갖 형식주의는 배격된다. 제단의 하느님이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의 하느님이 된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엄마 품에 안긴 아기처럼 "무얼 먹을까, 무얼 입을까, 걱정치 말라"고 외치게 된다. 과연 "아흔 아홉 번이나 용서를 청해도 다 들어주는" 마음은 다름 아닌 바로 모성뿐이다. 그 때 그곳에 뜨겁고도 밝은 사랑이 감돌고 그것은 빛이 되어 둘레를 비친다. 모성의 아우라이자 신의 아우라다.”


모성의 신성성은 기적같이 놀라운 일

양 작가는 나름의 색을 통해 모성의 빛,신의 아우라는 구현하고자 한다. 어쩌면 모든 작가들의 로망일지 모른다.
“종교가 매너리즘이나 조직적 권위주의에 빠져 정치권력화되는 부성화 경향은 종교타락의 전형이다. 종교의 본질적 요소는 사랑이나 자비(慈悲)나 인(仁) 같은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어디까지나 모성적인 것이다.

예수의 성령에 의해 공동체 전체에 사랑의 나눔이 흘러 넘쳤던 초대 그리스도교회 시대, 석가의 체취가 은은하게 향기를 풍기며 신도들에게 진리의 자유함을 만끽하게 만들어 주었던 원시 불교 시대, 악기를 타고 노래를 즐겁게 부르는 인간 공자가 살아 있던 공맹(孔孟)의 유학 시대를 이상적 황금시대로 추억하고 언제나 우리는 그 시대로 돌아갔으면 하는 꿈을 꾸고 있다. 모성적 세계다.”
모성적 공간을 양 작가가 추구하는 이유다. 사실 문화가 이상적인 상태에 이르면 모성을 띠게 된다.

 

모성은 우리 삶의 가장 큰 신비

"분명 모성은 삶의 한 신비다. 온 우주만상의 것들이 자기중심성을 띠고 있는데, 오직 모성만이 유일무이하게 탈자기중심적이다. 기적같이 놀라운일이다. 진정 신으로 부터 온 은총적 선물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지난 여름 양 작가의 자하미술관을 찾은"코린 팀시트(파리 아트프리미엄 편집장)도 모성적 공간에 주목했다. 예루살렘과 푸에르토리코 뮤지엄 관장을 지낸 그는 양 작가의 내년 파리전시를 즉석에서 주선해줬을 정도다.
코린 팀시트는 양 작가의 작품에 대해 모성의 신성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눈을 감으면 끝없는 광활함과 어둠이 펼쳐지고, 이내 빛안으로 스며드는 모습을 상기해 보라 했다. (근본의 랩소디인) 침묵과 허공을 깨우는 빛이다. 그것은 무의식적인 우주 창조의 기억이라 했다.
작품 ‘마더 오뚝이’는 생명을 주는 행위를 상징하고 손으로 빚어낸 ‘호모 사피엔스’는 생명을 불어 넣음을 은유한다. 모성의 신성성이다.
요즘 작가는 작업실 벽면을 가득채운 화폭에도 모성적 공간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1000호가 넘는 대작이다. 바탕칠이 한창이지만 주된 색은 저녁 노을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작업 중에도 불연듯 어머니가 화폭속에서 걸어 나오실것만 같다고 했다.

아마도 유년기의 어머니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일게다. 모성,즉 신의 빛이다. 코린 팀시트는 모성의 시낭송이라 했다.
작가는 말한다. 자신이 본 가장 아름다운 것은 모성이라고. ‘예술은 사랑이다. 아름다움이라는 옷을 입은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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