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감소 은행권, 위기감은 커지는데…말 못할 '속앓이'
실적 감소 은행권, 위기감은 커지는데…말 못할 '속앓이'
  • 손부호 기자
  • 승인 2021.02.0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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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금융권의 대표격인 은행들은 되레 속앓이만 하고 있다. 외부에선 은행권에 대해 수익 증가를 근거로 이익 공유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수익 감소에도 제대로 된 항변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출 이자 상환 유예 조치 등이 최소 6개월 연장될 것으로 보여 리스크 관리에 대한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당정의 강력한 의지에 끌려가기만 하는 모양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모두 역성장을 피하지 못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2조2982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신한은행은 2조778억원으로 10.8%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2조101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우리은행(1조3632억원)도 9.45% 줄었다.

금융지주 대부분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KB금융(3조4552억원), 신한금융(3조4146억원), 하나금융(2조6372억원)의 지난해 순이익은 증권 등 비은행권의 수익성 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각각 4.3% 0.3%, 10.3% 증가했다. 비은행 계열사가 적은 우리금융(1조3073억원)만 전년 대비 순익이 감소했다.

은행권의 순익이 모두 줄어든 배경은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예대마진이 줄고 각종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선제적으로 많이 쌓은 영향이다.

지난해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일제히 하락했다. 국민은행(1.51%), 신한은행(1.34%)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0.16%p, 0.12%p 하락했고 하나은행(1.28%), 우리은행(1.29%)은 각각 0.13%p, 0.08%p 떨어졌다.

은행권에선 올해 실적 역시 지난해와 비슷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여파에 초저금리는 계속되는 데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대출상품 판매도 여의치가 않고 올해부터 빅테크(Big Tech)의 거센 공습도 예정돼 있다.

게다가 리스크 확산에 대한 위기감도 연일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6개월 재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놓고 은행권에선 향후 돌아올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은행권의 내부 불안감은 확산하는데 외부의 압박은 거세다. 대표적으로 정치권에선 은행권을 향해 이익공유에 참여하라는 목소리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견조한 실적을 올렸으니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인데 은행권은 공개적으로 반발조차 못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금융지주가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까닭이다. 은행권에선 은행과 지주의 실적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지만 외부에선 이들을 사실상 동일한 금융사로 본다. 은행권에선 드러내놓고 "이익이 줄었다"고 주장도 못 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지주사의 역대급 순익 실현이 은행권의 속을 타들어 가게 하는 셈이다.

게다가 은행은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라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입법화되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이익공유제 논의가 이제 시작됐기에 은행권의 말 못 할 속앓이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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