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vs 한은, '전금법' 갈등 쟁점…‘결제’ vs ‘감독’
금융위 vs 한은, '전금법' 갈등 쟁점…‘결제’ vs ‘감독’
  • 박성훈 기자
  • 승인 2021.02.25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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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성수(사진 왼쪽) 금융위원장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충돌이 사그라지기는커녕 확산하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돼 본격적인 법안 심사에 돌입하게 되면서 충돌은 격화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등판하면서 양 기관의 자존심 대결 국면으로까지 확전됐기에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은과 금융위의 충돌은 ‘결제’와 ‘감독’의 충돌로 압축된다. 전금법이 2006년 제정된 후 변화한 금융 환경 상황을 반영하고자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은은 ‘결제’ 역할은 자신들의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금융위는 ‘감독’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면서 맞서고 있다.

전금법 개정안 가운데 양측의 충돌 지점은 ‘전자지급거래 청산’에 대한 내용이다. 청산은 금융기관 간 거래로 생기는 채권과 채무 관계를 계산, 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확정하는 것을 뜻한다. 청산 업무는 금융결제원(금결원)이 맡고 있다.

전금법 가운데 ‘청산’ 관련 항목은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의 제도화, 국내외 빅테크(Big Tech)의 금융산업 진출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마련 등이다.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의 제도화’는 전자지급거래 청산업을 도입하고 전자지급거래청산기관에 대한 허가·승인·감독 권한을 금융위에 부여했다.

또한 빅테크에 대한 관리·감독 체계 마련 부분의 경우 그동안 네이버·카카오페이의 지급 결제 과정은 내부 서비스로만 오고 갔지만 개정안에선 외부 기관인 금결원을 정식으로 거치게 했다. 금결원이 빅테크의 청산 업무까지 담당하게 된 것이다.

전금법에서 ‘청산’에 대한 권한을 금융위로 못박자 한은은 고유영역 침범이라고 반발한다. 지급결제 업무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고유의 영역인데 왜 금융위가 침해하느냐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금법의 청산 제도는 절대 수용할 수가 없다”며 “한국은행의 지급결제 제도는 전금법의 청산 제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청산’ 제도에 대해 “한국은행의 심장”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한은은 전금법 개정안 중 ‘청산’ 부분은 모조리 삭제해야 하고 별도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반면, 금융위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청산’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빅테크가 금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각종 페이 이용 명세가 있어야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돈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있지 않겠느냐고 강조한다. 감독을 위해선 전금법에서 ‘청산’을 뺄 수가 없다고 맞선다. 게다가 한은의 반발을 의식, 금결원 업무 가운데 한은과 연계된 업무에 대해선 금융위의 감독과 검사를 제외한다는 문구를 부칙으로 넣어뒀다는 입장이다.

한은과 금융위는 여전히 물밑에선 대화하고 있지만 빅브라더 논쟁이 벌어진 후 접점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협의 과정에서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제안 등이 오갔지만 현재는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는 등 사실상 중단 상태로 알려졌다.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갈등은 국회로 번진 형국이다. 국회 정무위는 25일 오전 전금법 개정안의 법률안 심사에 참고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한다. 또한 지급 결제 제도 등에 대한 한은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은법 개정안 역시 조만간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상충하는 법안들인 까닭에 향후 법사위원회에서 병합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과 금융위는 목소리를 줄이지 않은 채 더욱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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