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판' 박차고 '엉뚱한 천재'에 반해…'홍보女'→'지주사 대표' 파격
'대기업 간판' 박차고 '엉뚱한 천재'에 반해…'홍보女'→'지주사 대표' 파격
  • 김수진 기자
  • 승인 2021.07.30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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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 NXC 최고경영자(CEO) (NXC 제공)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갑'이었죠."(웃음)

26년 전 대기업 홍보실 소속과 하청 홈페이지 제작업체 소속이라는 '갑을' 관계로 만난 것이 첫 인연이었다.

인터넷이 막 유행하기 시작한 95년 당시 기업들 사이에 홈페이지 제작 바람이 불었다.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 게임 개발을 위해 창업에 뛰어든 김정주는 홈페이지 구축으로 사업자금을 벌었다. 그렇게 넥슨은 '홈페이지 잘 만드는 벤처회사'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도 홈페이지 제작을 위해 넥슨을 찾았다. 이때 담당이 현대차 홍보직원 이재교였다. '제조업의 꽃'으로 통하는 자동차 업계는 그만큼 '금녀'(禁女)의 영역이었지만 이재교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당당히 입사한 첫 회사가 바로 현대차였다.

#"그런데 점점 재기 발랄하고 엉뚱한 천재들에 반해버린거에요."

넥슨은 김정주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동문인 송재경과 의기투합해 94년 에 생긴 회사다. 제조업 위주로 산업화가 이뤄진 당시에 컴퓨터도, 인터넷도, 기술창업도, 벤처라는 단어도 낯선 시절에 '서울대 공대 천재'들이 만든 회사는 신선했다.

결국 3년 뒤인 1998년 이재교는 이름만 대면 전국민이 아는 대기업 간판을 버리고 요즘 말로 '듣보잡' 신생 회사로 과감히 이직한다.

23년 전 이 결정이 그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지주사 엔엑스씨(NXC) 대표직을 16년 만에 내려놓고 그 자리에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을 앉힌 것.

컴퓨텨 전공자도 아닌, 남자도 아닌 '홍보우먼' 출신이 넥슨의 지주회사 수장직에 오른 것은 상대적으로 조직문화가 자유로운 IT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어깨가 무겁네요. 여자 직원들에게는 '롤모델'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도 듭니다."

이재교 신임 대표는 단순한 홍보 전문가를 떠나 김 창업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JJ(김정주의 애칭)의 복심'으로 평가받는다.

김정주 창업자는 이 신임 대표를 두고 "함께 일해 온 지난 20여 년 동안 한결같은 성실함과 우리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각으로 늘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었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 신임대표는 넥슨 역사의 '산증인'이다. 넥슨의 동고동락 과정에 늘 이 대표가 함께 했다. 넥슨 입사 후 20여 년간 넥슨컴퍼니의 사회공헌 및 브랜드 홍보 분야를 이끌었다. 게임 홍보 업계에선 단순 언론홍보를 넘어 초창기 넥슨의 대외정책 수립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사회의 암적인 존재'으로 취급받던 게임산업을 양성화하고, 산업화하는 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넥슨이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설립한 비영리재단 '넥슨재단' 역시 이 신임 대표의 주도로 탄생했다. 지난 2018년 설립된 넥슨재단은 IT·문화·놀이·건강 영역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넥슨은 아이들에게 지식과 배움의 터를 마련해주고자 지난 2005년부터 독서공간 '작은 책방' 개소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작은 책방' 사업과 국내 최초의 통합형 어린이 재활전문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청소년 대상 코딩 대회인 'NYPC' 등이 재단의 주요 사업이다.

김정주 창업자는 "이 신임 대표는 넥슨컴퍼니의 역사와 DNA에 대한 이해가 높은 분분"이라며 "NXC의 다양한 의사결정과 경영활동을 수행하는데 최적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 창업자의 부인인 유정현 NXC 감사도 힘을 보탰다. 여자로 대표이사까지 오른 것을 보면 후배 여자 직원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 신임 대표 입장에서는 부담도 따르는 일이지만 책임감도 느낀다.

이 신임 대표는 취임 소감에서 "창의와 혁신으로 산업을 이끌어 온 김정주 대표님의 기업가 정신을 이어받아 NXC가 지속적으로 추구해 왔던 미래에의 도전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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