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밀린 '금'...하반기도 어둡다
달러에 밀린 '금'...하반기도 어둡다
  • 손부호 기자
  • 승인 2021.08.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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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의 대표격으로 꼽히던 금 신세가 초라해졌다.

이달 들어 금값은 온스당 17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고공행진하는 달러와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비트코인 등 대체투자 수단이 금의 입지를 더 좁힐 것으로 예측되면서 올 하반기 역시 금 전망은 어둡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지시간으로 11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된 국제 금 가격은 온스 당 1750.40달러다. 전일 대비 1.24% 상승했지만 이달 들어 크게 무너진 하락폭(-3.43%)을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말 1820달러를 넘어섰던 금값은 이달 8일 1723달러까지 무너졌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금값은 2000달러대를 넘보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금값 2300달러 시대'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신 보급을 계기로 금값은 내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금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연초 대비 -7%대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안전 자산은 대내외 환경 변화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 등으로 위험자산에 헤지(대비)할 이유가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 5월에는 비트코인을 비롯해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체자산인 금으로 투자수요가 몰리기도 했다.

현재 안전자산 투자 수요는 금 대신 달러로 향하고 있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158원을 넘어서며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중앙은행(Fed,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달러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수 급증도 원화 대비 달러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금리 인상기에는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 신흥국으로 분산됐던 투자금을 현금화해 달러화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금은 화폐 가치가 떨어질 때 각광받지만 돈의 가치가 오르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하락은 달러 영향이 크다"며 "달러 강세가 진정돼야 금값도 안정을 찾을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철강, 설탕 등 다양한 원자재 가격이 올랐지만, 인플레이션 정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일 것'이란 전망도 금 투자 매력도를 낮추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2%를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수석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폭주하는 시나리오가 아닌 이상 금은 적합한 투자 수단이 아닐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정도가 낮고 경제 전망이 개선되는 한 금값은 계속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비트코인 등 새로운 대체 투자 자산의 증가도 금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금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최적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볼 수 없다"며 "암호화폐 산업의 부상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암호화폐 시장은 2017년 말 200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시가총액은 1조6000억 달러로 약 3년 반 만에 8배 가량 성장했다.

지난달 3만 달러를 밑돌던 비트코인으로 수요가 다시 몰린 것도 금 시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2일 비트코인 가격은 4만50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도 이달 들어 다시 3000달러를 넘어서며 비트코인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금값은 사실 금융자산이라기보다는 커머더티(원자재형)로 움직이고 있다"며 "지금처럼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에 미국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커머더티 가격은 상반기와 같이 좋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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