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논의 물건너가나
'재정준칙' 도입논의 물건너가나
  • 박성훈 기자
  • 승인 2021.09.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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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시중 은행에 공급할 추석 자금을 방출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사태로 주요국 경제가 역성장했으나 한국은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방역 대응과 함께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의한 발 빠른 경기 부양 대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움추러든 생산·소비·고용 등에 적극적 재정 지출이 완충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확장적 재정을 억제할 장치인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더라도 시점은 빨라야 차기 정부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 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을 작년 10월5일 발표한 바 있다.

재정 준칙 시행 방안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발표 전인 작년 9월에 국회에 제출됐지만 벌써 1년이 다 돼 가도록 본격적인 논의 없이 국회에 잠들어 있는 상황이다.

국회 논의가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 속 존폐 기로에 놓인 기업이나 생존을 위협받는 자영업자, 고용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정부의 적극 재정이 불가피한데 이를 통제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재정준칙 도입 취지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위기에서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데 시기상조"라며 "지금은 재정지출을 걱정하기보다는 경기침체를 더 걱정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조는 정부의 확장 재정 덕에 경기 침체를 최소화했다는 견해가 한몫한다. 지난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작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0%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주요 선진국 중에 가장 높았다. 미국이 -3.5%를 기록했고, 일본(-4.8%) 독일(-5.0%) 프랑스(-8.2%) 영국(-9.9%) 등 주요 선진국이 전례 없는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국제 신용등급도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 7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이보다 앞서 4월과 5월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도 한국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유지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 113개국,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국가에서는 독일을 제외한 6개국에서 국가신용등급이나 전망이 하향 조정된 것과 비교하면 선방한 셈이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는 한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경우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는 물론, 21대 국회 내 논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학계 한 인사는 "확장재정이 더 시급하다는 주장에 더해 강제성 없는 재정준칙의 모호한 기준 등 여러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는 한 이번 정부에서 논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 않겠나"라며 "당장은 논의 명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재정 당국의 재정준칙 도입 의지는 여전히 강하다. 최근 급증한 재정 지출로 국가채무가 역대 최고 상승률을 보이며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차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할 경우 965조3000억원이다. 내년은 총지출이 사상 첫 600조원대로 올라서면서 국가채무는 1000조를 넘어선 1068조3000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대표 재정 건전성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7.3%를 기록하게 되며 내년엔 50.2%로 사성 처음 GDP 절반 넘어선다.

나랏빚이 '1000조원', 전체 경제 규모의 절반(50%)을 넘어서는 시대가 온 것이다. 지난 2018년 680조5000억원이던 국가채무가 2019년 723조2000억원, 2020년 846조9000억원으로 매년 100조원 이상 늘어났으니 우려가 과한 건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늘어나는 국가채무 문제로 인해 (지난해 10월) 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1년간 논의가 없었다. 안타깝다"며 국회의 미논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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